인재들로 가득 찰 새 국회인가

인재들로 가득 찰 새 국회인가

문형봉 2020-01-29 (수) 09:59 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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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새 해 들면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화두는 단연 총선이다. 지금까지 스무 번째 국회의원을 뽑아봤으니 경험도 충분히 쌓였다. 임기가 4년이니까 20대 국회라면 8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는 얘기지만 정변과 쿠데타 그리고 혁명으로 인해서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기도 했기에 70년 정도 의회정치를 경험한 셈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모두 유쾌한 기억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총선은 일시적으로나마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우선 선거 때만 돌아오면 엊그제까지도 거만과 오만으로 가득 찼던 후보자들이 굽신거리며 갖은 아양을 다 떠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은 그대로지만 조금 변한 게 있다면 노골적인 매표행위와 관권개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무신과 막걸리는 선거판의 총아였다. 그 당시에도 선거법은 있었지만 관이나 민간이나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것은 똑 같다. 경찰과 일반 공무원들은 공공연하게 여당후보를 위해서 온갖 구실을 붙여가며 사실상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후보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고무신을 돌리고 마구잡이로 돈을 썼다.


아무리 돈이 많은 후보라도 펑펑 쓰다 보니 나중에는 바닥이 나서 마누라 속곳까지 팔았다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였다. 유권자들도 후보자에게 담배 한 갗이라도 얻어 피웠다고 해야 체면이 선다고 할 때였다. 이처럼 관권과 매표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다보니 결국 부정선거의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으며 대통령 선거에서 터져버린 게 3.15부정선거다. 이승만정권은 영구집권을 위해서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부정선거를 획책했으며 이에 항거하는 학생들을 경찰의 총칼로 무찌른 것이 4.19혁명을 불러온 것이다. 186명의 희생자를 낸 4.19민주혁명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부터는 관권의 개입이 없어져야 당연함에도 그게 아니다.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관권은 작용했으며 선거법의 벌칙조항이 강화되었어도 부정선거의 핵은 그대로 남았다. 이번에 말썽을 빚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의 핵심인사들이 현직시장인 상대후보의 약점을 캐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헛된 욕심은 혁명을 겪고서도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금년 4월15일로 예정되어 있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문재인정부의 사활이 걸린 중간평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정부가 출범한지 3년째여서 나머지 임기 2년을 앞두고 레임덕에 시달리느냐 아니냐 하는 기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임기 초반에 최고의 갈등구조에 놓였던 북한과의 관계를 평화공세로 잠재우고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관계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싱가포르회담과 하노이회담을 성사시키는 역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로 인해서 인기를 높일 수 있었으나 최후의 타결점인 북핵 폐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문정부는 이 호재를 살려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김정은의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고 오직 핵보유의 기정사실화와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만을 주장하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경제는 땅바닥을 치고 부동산은 치솟고 있으며 최저임금과 일자리 창출은 상호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덜컹거린다. 게다가 정권창출에 크게 기여한 민주노총은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파업과 사보타주로 경제 활성화를 방해하는 주범노릇을 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4.15총선은 눈앞에 닥쳤다.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환심을 살 목적으로 패스트트랙이라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연동형 선거제를 통과시켜 야당의 반대를 뿌리치는데 성공했지만 막상 선거판이 벌어지면 국민들이 어느 손을 들어줄지 초조하기만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른바 ‘인재’영입을 시작했다. 여당이 앞서니까 야당도 덩달아 인재영입 경쟁에 나선다. 인재로 등장한 인물들의 면모는 지금까지 보였던 기득권을 버리고 새 시대에 맞는 면면으로 보여 환영하는 마음이 앞선다. 휠체어를 탄 체조선수, 미투에 용감했던 선수, 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장군 등등이다. 이들이 모두 비례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역구에서 당선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좋은 인재를 일회성으로 끝내주는 결과가 될까봐 겁난다. 정치를 화사한 그림 전시장처럼 보여주기로 일관하려는 기득권 정당들의 오만이 서려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치는 원칙을 중시하고 이에 벗어나면 국정농단이 된다.


국회의원으로 성장시키려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얼마나 기여했느냐 하는 점을 먼저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애국지사나 민주유공자 같은 국가를 위한 희생자는 아예 ‘인재’축에도 못 끼는지 양당 모두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기왕 인재를 추출해내려면 국가와 민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가유공자를 앞장세워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