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신구간” 이사철이다.

제주도는 “신구간” 이사철이다.

이현 2020-01-22 (수) 10:27 5개월전  


 

제주도는 수많은 토속신이 있는데 그 수가 18천여에 이를 정도이다.

생명의 신 '삼승할망, 사랑과 농경의 신 '자청비', 농경의 여신 '백주또', 대문을 지키는 '문전신', 장독대의 장맛을 좋게 만드는 '철륭신', 집안 지킴이 '성주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이 집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는다.

 

제주도에는 신들이 임무를 교대하는 신구간이라는 풍습이 있다.

신구간(新舊間)'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로 제주를 대표하는 오랜 풍습이다.

신구간은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다.

신들은 이 기간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 받는다.

제주는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해도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신구간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제주도민은 신구간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 이삿짐을 꾸렸다.

이사를 나가는 사람은 짐만 챙겨 대충 정리만 한 뒤 얼른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소금이나 팥을 뿌려 잡귀를 쫓고 집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서 살림을 시작한다.

신구간 기간 중 특별히 좋은 날을 잡아 먼저 솥과 불··요강을 순서대로 들이고, 나중에 가족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을 모두 동원해 나머지 이삿짐을 한꺼번에 옮긴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이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삿짐센터나 개인 용달차 등 관련 업계는 특수를 누렸다. 심지어 일부 다른 지역 이사 업체까지 신구간에 맞춰 내려와 '반짝 장사'를 하고 갈 정도였다. 이 때문에 신구간 때만 되면 평상시 요금보다 23배나 비싼 웃돈을 요구하는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최근 들어 1인 가구 증가 등 주거 형태가 변하고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예전 같은 신구간 특수를 찾아보긴 힘들지만, 여전히 다수의 도민이 다른 날보다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가고 있다.

 

신구간은 24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 이후 5일째부터 입춘(立春) 3일까지다. 125일부터 21일까지다. 올해는 설 연휴(2427) 기간이 겹쳐 사실상 신구간기간이 짧아졌다.

하늘로 올라간 신들은 입춘을 전후해 지상에 다시 내려오는데 제주 사람들은 입춘굿을 성대히 열어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신구간은 묵은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입춘을 위한 준비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