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배 열매를 잘 맺게 하려면 인공수분을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4년 동안 배꽃이 피는 시기마다 이상저온으로 인한 서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꽃가루운반곤충(방화곤충)의 밀도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과수화상병 발생 위험지역은 수분용 방화곤충 이동을 제한하고 있고, 배나무 해충인 주경배나무이의 부화 시기도 배꽃 개화기와 겹쳐 약제 방제로 인한 곤충 자연수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청장 박병홍)은 안정적인 배 열매 맺음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인공수분용 꽃가루의 품질을 확인하고, 장기적으로는 꽃가루받이나무(수분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수분용 꽃가루는 생산자단체, 공급처,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미리 꽃가루 활력과 순도를 확인해야 한다.
꽃가루 발아율*을 확인해 70% 이상이면 무게 비율로 5~10배의 증량제(석송자, 수정박사)**를 섞어 사용한다. 보통 농가에서 개별 채취한 꽃가루 순도는 100%이지만, 일부 꽃가루에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 발아율이란 전체 꽃가루 중에서 화분관이 자라는 비율로, 꽃가루 활력을 추정하는 데 활용
** 증량제란 인공수분을 할 때 꽃가루에 섞는 이끼류 포자(석송자). 꽃가루에 증량제를 섞어 쓰면 순수 꽃가루만 쓸 때보다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음. 또, 석송자는 분홍색이어서 인공수분을 마친 꽃인지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음. 석송자는 꽃가루 발아율에 따라 발아율이 70% 이상이면 석송자 5배, 발아율 50~70%는 3~4배, 40~50%는 2배를 사용함. 40% 이하는 순수하게 증량제 없이 꽃가루만 사용함
특히, 꽃가루가 없는 ‘신고’만을 재배하는 농가는 반드시 수정이 가능한 품종에서 꽃가루를 채취해 인공수분을 해야 한다.
‘신고’의 저온 피해는 해마다 계속되는 상황이므로 장기적으로 꽃 피는 시기 차이와 자가불화합성*을 고려해 ‘추황배’, ‘화산’, ‘원황’, ‘슈퍼골드’ 등 꽃가루받이나무로 활용 가능한 품종을 과수원에 10~20% 균일하게 배치해 심는다.
* 자기 꽃가루로는 수정이 일어나지 못하는 현상으로 품종에 따라 유전적 소질이 다르므로 정보 확인이 필요함
아울러, 자연수분을 돕기 위해서는 꽃가루받이나무 가지를 물병에 꽂아 과수원 전체에 골고루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가지에서 약 20일 정도 꽃이 피어있게 돼 방화곤충을 통한 수분을 유도할 수 있다.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강현준 씨(전남 나주)는 “작년 저온 피해로 주변에서 열매가 달리지 않은 농가가 많았다. 올해는 연소법 등 피해 예방 기술을 적용하고 인공수분도 꼼꼼하게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홍성식 소장은 “농가에서는 제때 인공수분을 할 수 있도록 질 좋은 꽃가루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꽃가루받이나무를 함께 심는 것이 좋다.”라고 전했다.
이창희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한국기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