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수장이 정책을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미 장관은 6·17 및 7·10 대책, 8·4 공급 대책 등 굵직한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에도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형식적으로 대책 설명만 했을 뿐이다. 기자간담회를 통한 메시지 전달 등 국민과의 접촉이 사실상 없어 국토부가 ‘불통 부처’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급기야 부동산 주무 부처 장관을 뒤로하고 경제부총리가 직접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 설득에 나섰다.
지난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와 내용을 설명했다. 또 향후에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잇따른 대책 발표로 국민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기자간담회였다.
반면 김 장관은 소극적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한두 차례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대책이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하는 식의 형식적인 인터뷰에 그쳤다. 대책을 두고 실효성 논란, 소급적용 논란 등 설왕설래가 커졌지만 김 장관은 직접 수습을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관가 안팎에서는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장관은 침묵하는데 부총리가 대신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김 장관은 기자간담회 등 국민과의 소통 시간을 별도로 가지자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기자간담회는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김 장관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고, 여러 질의응답을 통해 개선점도 찾아야 하는데 소통 자체가 사라졌다. 이렇다 보니 정책과 시장 간의 괴리만 커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주무 부처 장관의 이 같은 소극적인 자세는 정책 목표를 실현할 의지가 떨어진 증거여서 이른 시일 내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산하 수석 중 일부를 교체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 장관을 비롯한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 참모·관료는 그대로라 인적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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