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곳간에 국가채무비율 60%로 억제…“다음 정권부터”

텅빈 곳간에 국가채무비율 60%로 억제…“다음 정권부터”

문형봉 2020-10-05 (월) 23:36 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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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나랏빚을 얼마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한다.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43.9%이며, 2024년 6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치솟는 나랏빚에 제동을 건 셈이다. 그러나 정작 채무 한도를 설정하는 시기가 2025년으로 다음 정권부터이며, 예외 사유도 많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생색내기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합리적으로 확보·견지되도록 한국형 재정준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 준칙을 꺼내 든 것은 나라 곳간의 적자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경기 부진 극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4차까지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3.9%까지 증가했다. 2024년에는 58.3%까지 치솟아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가 지켜온 ‘40%대 유지 규칙’이 깨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비율은 -3%를 함께 넘어갈 수 없도록 했다. 두 지표 중 하나만 기준선을 넘을 때는 두 숫자의 기준치 초과와 하회를 보완 합산해 1보다 많으면 ‘한도 초과’로 본다고 설명했다. 보완 합산 계산식은 수치를 각각 한도(60%, -3%)로 나눈 후 서로 곱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2024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은 58.3%,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9%인데, 이 경우 보완 합산 계산이 1을 넘어 한도 초과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도 이내로 복귀하는 재정 건전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예외 조항으로 두면서 준칙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도를 초과해 나랏빚과 재정적자를 늘려도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통합재정수지의 경우 ’경기 둔화’ 시 비율 한도를 -3%에서 -4%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런 까닭에 ‘무늬만 재정 준칙’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전쟁이 해외 전쟁에 따른 글로벌 파장까지 포함하는지, 재해와 글로벌 경제위기의 수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도 나와 있지 않다. 구체적이 기준을 향후 마련할 방침이다. 자칫 정권 차원에서 임의로 예외 조항을 인용하며 나랏빚 증가세를 용인할 수 있다.

시기도 문제다. 정부는 재정 준칙을 2025년 예산안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도 숫자는 법이 아닌 시행령에 명시하고 5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 정권에서는 재정 준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 정부와 여당이 정권재창출 차원에서 코로나 후유증과 경제위기를 들먹이며 잇단 추경과 재난지원금을 편성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시행령으로 한도 숫자도 ‘고무줄’처럼 조정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현 정부는 재정 준칙을 적용 받지 않으면서 국가채무비율을 60%까지 늘리는 명분을 얻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준칙이라는 것은 ‘마지노선’을 절대 넘지 않겠다는 규칙인데, 정부 방안은 안 지킬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며 “실질적인 효과는 없고 도리어 국가채무비율을 60%까지 늘려도 된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국민일보


문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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