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장수’ 홍남기… “다 줄 수 없다” 슈퍼여당과 맞장

‘꼿꼿장수’ 홍남기… “다 줄 수 없다” 슈퍼여당과 맞장

문형봉 2020-04-22 (수) 09:24 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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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코리아저널=문형봉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열쇠’를 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취임 때부터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윗사람 말을 잘 듣고 성실히 수행한다는 평가는 그에게 ‘예스맨’ ‘무색무취’란 단어를 안겼다. 정부가 여당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압박을 따를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에 힘이 실렸던 이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부는 ‘소득 하위 70%만 지급한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가 여당에 ‘노(No)’를 외치며 벌어진 일이다.

 

홍 부총리의 반발이 처음 감지된 것은 지난달 12일이다.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한 직후 시점이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추경안 규모가 작다며 홍 부총리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경질 논란이 일자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 위기를 버티고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1차 추경안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갈등은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격화했다. 총선에 압승한 여당은 선거 기간 중 내건 공약인 전 국민 대상 지급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청와대와 민주당, 정부가 가진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부 대표인 홍 부총리는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로 내세우며 70% 지급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국회에 예산 심의권이 있기는 하지만 홍 부총리의 권한을 고려하면 아무리 여당이라도 이 의견을 무시하고 넘길 수 없다. 21일 기재부 관계자는 “헌법에 명시한 ‘증액 동의권’이 있기 때문에 국회도 기재부 장관 동의 없이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유 있는 반항’은 크게 두 가지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줘야 할 국가 예산을 선심성으로 지급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첫 번째다. 홍 부총리는 SNS에서 “정책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지원 대상, 타이밍, 지원 규모와 함께 효과적인 정책 수단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을 고려해 ‘실탄’을 아껴 둬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회생을 위해 투입한 정책자금만도 1조원에 달한다. 100% 지급을 위해 필요한 3조원 안팎의 예산도 전체 예산으로 보면 적지만 추후에 긴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당장 국채 발행은 쉽지만 미래에 정말 필요할 때 돈을 못 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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