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자신이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바치자 이 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마차도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면담에서 평소 이 상을 노골적으로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메달을 전달했다.
수상이 1개월쯤 지난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헌납한 마차도를 향해 노르웨이 주요 인사들은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특히 노벨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경고에도 메달을 바친 마차도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노벨위원회는 마차도가 자신의 노벨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나누고 싶다고 발언한 후 “노벨상 수상이 공표되면 상을 취소하거나 공유하거나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얀네 알랑 마틀라리 오슬로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상에 대한 존중이 완전히 결여된 한심하고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넘김으로 (노벨)위원회는 물론 노벨상의 상징성에 대한 무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시의 시장을 지낸 레이몬 요한센도 페이스북에 “이런 행동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당혹스러운 일이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중요한 상의 권위를 손상하는 짓”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제 노벨평화상 반대 운동이 일어난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메달을 선물로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트리그베 슬락스볼 노르웨이 전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메달을 수락한 것은 그의 인격을 잘 보여준다”며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상과 업적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전형적인 허풍쟁이”라고 지적했다.
아릴 에름스타드 노르웨이 녹색당 대표도 “트럼프는 마피아 두목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에 놓인 수상자에게 평화상을 갈취하고 있다”고 정곡을 찔렀다.
마차도가 노벨상 메달을 건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표명을 얻어 차기 베네수엘라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함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메달을 받은 후 “마리아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노벨평화상을 나에게 줬다”며 “상호 존중의 훌륭한 몸짓”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CNN은 마차도가 회담 후 손에 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기념품 가방 하나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