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019년 정신요양시설 방문조사 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요양시설의 비(非)자의 입소 조항 폐지 및 입소 심사 절차 마련, △정신장애인 거주서비스 최저기준 마련 및 인력배치기준 개선, △장애인권리옹호기관의 정기적 모니터링 제도화 △국가 정신건강 5년 계획(2021년~2025년)에 정신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반영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정신요양시설이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의료기관과 동일한 입․퇴원절차 규정을 적용받고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고 치료기능이 없는 사회복지시설인 정신요양시설에 정신장애인을 강제로 입소시키는 것은「사회복지사업법」 제1조의2 제1항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서비스를 신청하고 제공받을 수 있다’는 원칙에 위반되는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이며, 입․퇴소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정신요양시설이「정신건강복지법」제3조에서 ‘정신질환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라고 정의 내려져 있으나, 실상 촉탁의 1명이 8시간에 걸쳐 집단진료를 하고, 입소자 68명당 간호사 2명, 입소자 28명당 생활복지사 2명이 배치되어있어, ‘요양’이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10년 이상 입소자가 46.8%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요양시설이 아닌 사실상 거주 서비스 제공시설이라고 보았다.
인권위는 정신요양시설이 실질적으로 정신장애인에게 장기적인 거주시설 역할을 하면서도, 인력 배치 기준에서도「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장애인 5명~10명당 생활교사 1명이라는 기준에도 상당히 못 미치고, 시설 설치 기준도 장애인 거주시설은‘30인 이상 시설’로 설치운영을 제한하고 있고 서비스 최저기준에서 침실인원도 ‘4인 이하’로 설정하고 있는데 반해,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입소정원‘300명 이하’, 거실 정원 ‘10명 이하’로만 기준을 정하고 있어서 정신장애인에게만 집단적 수용시설 정책을 유지 중이라고 보았다.
또한 정신요양시설은 60세 이상 고령 입소자가 대략 50%에 이르는데, 입소자가 점차 고령화됨에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나 편의시설 등이 현저히 미비하고, 더욱이 입소자들이 당뇨, 고혈압 등 복합질환을 가져 오랜 투약과 실내생활로 저항력이 약한 상태로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추진 중임에도 정신요양시설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논의가 미비한바, 인권위는 다음 연도부터 시행하게 될 「국가 정신건강 5년 계획」(2021~2025)에 정신요양시설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탈시설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치와 실질적 추진방안을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같은 권고는 인권위가 2019년 11월부터 2019년 12월 전국 9개 정신요양시설에 대해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한 입․퇴소절차, 기본권 보장 수준 등을 방문조사하여, 조사대상 시설을 포함해 전국 59개 정신요양시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인권현안에 대해서는 정책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추진되었다.
이창희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