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재판기록 열람․복사 시 제3자 개인정보 보호해야”

인권위, “재판기록 열람․복사 시 제3자 개인정보 보호해야”

이창희 2020-08-19 (수) 21:46 4년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법원행정처장에게, 법원이 재판기록을 복사하여 교부하는 경우 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하여 증인, 신고자, 목격자, 제보자 등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를 보호조치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견인차량 운전기사로 일하는 진정인은 지난 2017년 12월 말 교통사고 가해차량을 견인하다 차량 안에서 마약범죄와 관련된 물품을 발견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9월 경 해당 마약범죄의 피고인이 법원에서 교부받은 사건기록에서 얻은 진정인의 연락처로 진정인에게 전화하여 재판에 출석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며, 이는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 담당자는 피고인 측이 재판기록에 대해 열람․복사를 신청하여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장으로부터 결재를 받아 열람․복사를 진행하였는데, 재판장이 개인정보 보호조치란에 ‘불요’라고 결재하여 그대로 사건기록 사본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인권위 조사 결과, 마약범죄 피고인의 모친이 피고인을 대리하여 재판 준비를 목적으로 관할 법원에 피고인 관련 사건기록 전체에 대하여 복사 신청을 하였고, 법원 담당자는 담당 재판장으로부터 결재를 받아 절차를 진행하였는데, 담당 재판장이 개인정보 보호조치란에 ‘불요’라고 결재하여 신고자인 진정인의 성명, 연락처 등이 기재된 사건기록을 그대로 복사하여 교부하였다.

「형사소송법」제35조에 따르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소송 계속 중의 관계 서류 등을 법원에 열람 및 복사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재판장은 피해자, 증인 등 사건관계인의 성명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열람․복사 시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 보호조치 여부는 최종적으로 재판장이 결정하게 되어 있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 따르면 이러한 결정은 소송절차 상 파생적․부수적 사항으로 재판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1항에 따라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이 진정은 각하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각하 결정과 별개로 법원이 「형사소송법」제35조에 따라 제정하여 운용 중인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 「재판기록 열람․복사 예규」의 관련 규정을 검토한 결과, 피고인 측에 재판기록을 열람․복사해주는 경우 존속살해, 촉탁살인, 강간, 마약 등 강력범죄 사건 중 신원관리카드가 작성된 사건, 신고자 등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했거나 우려되는 사건 등으로 개인정보 보호조치 대상을 매우 좁게 정하고 있어 증인, 신고자. 목격자, 제보자 등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특히, 진정인과 같이 마약범죄와 관련하여 신고 등을 한 경우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제8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인적사항 공개가 금지됨에도 법원은 위 예규에서 보호조치 대상을 특정범죄신고자 중 신원관리카드가 작성된 사건으로만 한정하고 있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검찰은 「형사소송법」제266조의3에 따라 피고인 측이 사건기록 열람․복사를 한 경우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생활 평온 등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검찰사무규칙에 규정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 대상을 폭넓게 적용할 여지가 있다.

이에 인권위는 진정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에 증인, 신고자, 목격자, 제보자 등 사건관계인의 개인정보를 보호조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보아 위와 같이 의견표명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창희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