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8월 19일, 서울 금천구 다세대 주택가에서 반 백골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 박경인(가명·62)씨다. 인기척이 없고, 악취와 썩은 내가 진동해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을 찾았다. 박씨는 미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로 방안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사후 경과 시간은 최소 1개월, 최대 3개월로 경찰은 추정했다. 여름이 오기 전 홀로 사망했는데 말복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다. 그의 소지품은 휴대전화 1개, 지갑 1개가 전부였다. 지갑에는 현금 12만9000원이 들어있었다.
며칠 전인 지난 8월 15일에는 서울 구로구의 한 고시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일 전부터 거주인 연락이 안 돼 수상하다고 느낀 고시원 관리인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전신이 부패한 시신을 발견했다. 80세 노인 김모씨로 방안에 구더기가 나왔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주거지에서 고독사한 시신 118구가 서울에서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시가 자체 파악한 고독사 사망자(69명)의 1.7배다. 사망자들의 평균 나이는 63세지만 50대 22명, 40대 12명, 30대 1명 등 청년과 중·장년층도 여러 명 사망했다.
이 수치는 올해 서울에서 사망한 뒤 무연고 공영장례를 치른 430여명 중 일부다. 국민일보는 공영장례 지원단체인 나눔과나눔 도움을 받아 올해 사망한 무연고 사망자를 전수조사했다. 이들 중 세상과 단절된 채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홀로 임종을 맞은 무연고 사망자들을 제외한 고독사 인원을 추출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조에 명시된 정의 기준(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따랐다. 이 수치에는 혼자 죽음을 맞이했지만 뒤늦게 유족이 나타나 장례를 치른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8월 이전 사망했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아 자료 확보가 안 된 인원도 빠져 있다. 고독사 시신 118구는 최소치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견된 현실로 봤다. 전염병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고독사가 늘어나는 건 일본, 영국 등 주요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장치마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전염병 확산 방지에 중점을 둔 비대면(언택트) 위주 코로나19 대응책이 대면 중심의 기존 사회안전망 작동을 헐겁게 만들면서 빈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은 사회적 관계망과 지지체계까지 약화시켜 고위험 취약계층 발굴의 사각지대도 넓어지고 있었다.
발굴 늦어지는 고독사
김미연(가명·40)씨는 지난 6월 8일 자정을 넘긴 시각 서울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악취가 가득했고 그의 시신 역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평소 친분이 있던 동네 슈퍼마켓 동료 A씨였다.
“열흘 전쯤이었어요. 그때 마지막으로 보고 다음날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늘 일을 못 나가겠다’는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그 후 한동안 연락이 안 돼 마트 사장에게 찾아가 물어봤어요. 마트 사장은 ‘요즘 같은 세상에 별 일 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데 걱정돼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인 90년대 초반부터 모친과 단둘이 그곳 임대아파트에서 살아 왔다고 이웃이 전했다. 시간이 흘러 모친은 노인이 됐고, 치매와 뇌출혈이 심해져 지난해 병원에 입원했다. 김씨는 그 뒤로 혼자 지냈다. 그녀 역시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모친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마트에서 일을 해 왔다고 한다. 옆집 주민 B씨는 “그녀도 몸이 많이 불편해 보였다. 주변 사람들과는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파트에서는 주민 교류행사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끊겼다. B씨는 “동 대표가 바자회 같은 주민 모임을 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전혀 없다”며 “요즘 같은 때는 서로 모일 수가 없고 모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동주민센터는 수급자 관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젊은 미연씨는 직장이 있던 터라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 죽었고, 10여일 지나 발견됐다.
고강인(가명·51)씨는 지난 7월 17일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3층 짜리 다세대 주택 2층에 살고 있었다. 아랫집에서 슈퍼를 하는 최모(60)씨는 “1주일 넘게 냄새가 나는데 너무 심하다”며 집 주인에게 말했고 집 주인이 119에 신고했다. 그의 시신은 사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패 상태가 심했다. 주변 지인들은 “죽은 지 보름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독사 절반은 기초생활수급자
이준호(가명·66)씨는 자신이 살던 다세대 주택의 ‘청소부’였다. 그가 살던 금천구 다세대 주택 2층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인 쪽방이었다. 2006년부터 그 집에 살아 집주인이 2만원을 집세에서 빼줬다고 한다. 그는 일용직 노동으로 한 달에 40만원 정도 벌어 생활하다가 지난해 4월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후 일을 쉬었다. 이씨는 대신 지난해 9월부터 집 주인 대신 집 안팎을 청소해주면서 집세를 면제받았다. 집 주인은 “남편이 몸이 안 좋아 집 청소를 못하게 됐는데 이씨가 대신 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고마워 집세를 빼드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7월 7일 오후 12시 1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추정 시각은 7월 2일로 약 5일 뒤 발견된 것이다. 이웃이 집 주인에게 “청소가 안 돼 있고, 쓰레기에 구더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집 주인이 이를 확인하러 찾아갔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집 주인은 “부엌에 있는 작은 창 너머로 이씨가 보였다. 안방 문밖으로 이씨의 발이 나와 있었는데 색이 까맣더라.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동 주민센터에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이씨가 지난 7월 1일 주민센터에 찾아가 정부양곡을 신청한 기록도 남아있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병이 있거나 관계망이 없어 무연고 죽음 위험이 있는 가구를 찾아가는 서비스가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하고 있다. 본인이 관리를 주저하면 전화로 모니터링 하는 건데 안 받으면 그만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고독사한 118명 중 이씨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는 64명(54.2%)으로 집계됐다. 1인가구인데다 경제적 취약계층이어서 고독사 위험군으로 볼만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던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 중 주거지 고독사가 아닌 길바닥에서 객사한 사람도 19명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는 이들에 대한 발굴 시스템을 헐겁게 만들었다.
비대면이 멈춘 시스템
올해 주거지에서 고독사한 대부분은 이웃이나 집주인, 고시원 관리인 등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웃살피미’, ‘이웃지킴이’ 등 관계망을 형성해 1인 위험가구를 케어하는 예방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대면을 기반으로 한 이들 사업은 작동 자체가 어려워졌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치구 단위 방문 사업도 현재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 경우는 발굴 자체가 안 돼 관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는 “지금 주민관계망 서비스를 대면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전화로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로 대면 사업 등이 다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대면을 못하고, 후원물품이 나와도 문고리에 걸어놓고 오는 경우가 꽤 많다”며 “전화를 해도 제대로 대화가 안 되고 직접 상황을 본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관계망 서비스로 관리하고 있는 방문 세대 중 확진자가 나온 적도 있어 활동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고 했다.
비대면 정책은 취약계층 복지를 담당하는 현장 직원들에겐 ‘딜레마’ 같은 일이다. 한 주민센터 담당자는 “현장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등으로 관리 대상에 대한 방문 필요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 이전 주민관계망이 작동을 할 때는 시신이 3일 이상 방치됐던 일들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동 주민센터 관계자도 “코로나19이후 방문하는 복지 서비스들은 다 중단된 상태”라며 “특별한 경우 아니면 서로 민폐기 때문에 방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웅빈 문동성 임주언 박세원 기자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