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통령이 당부한 ‘인권수사 원년’이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언 유착’ 의혹 수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의자 폭행 논란을 놓고 “검찰이 더욱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2일 말했다. 정권의 신임을 받아 독립적인 수사를 펼치던 수사팀에서 나온 인권침해 잡음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인권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협력하고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었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는 검찰을 둘러싼 국민적 실망을 불식할 개혁의 기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후 검찰 수사팀의 행보가 과연 검찰개혁에 부합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당부 1개월여 만에 수사팀장이 피의자와 물리적 충돌을 빚어 감찰이 진행되는 상황은 비판 여론을 키우고 있다.
몸싸움을 두고 ‘일방적 폭행’과 ‘정당한 제지’라는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새로 표면화한 논란도 있다. 지난달 29일 검찰 수사팀이 소동 끝에 한동훈 검사장의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을 확보한 뒤 공기계에 꽂아 그의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새로 설정한 일을 두고서도 위법적 수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애초 압수수색 영장 발부 때 허가된 방식의 수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술법 분야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는 “중간에 감청영장이 빠져 있어 불법이 된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형사처벌까지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영장으로 유심을 적법하게 확보했다면 이후 유심을 공기계에 꽂아 카카오톡에 접속할 때는 별도 감청영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한 검사장의 과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려면 카카오에 대해 또 다른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돼야 한다고도 구 변호사는 말했다.
법원이 과연 실질적 감청까지 허용하는 영장을 발부한 것인지, 수사팀이 과연 발부된 영장 범위 내에서 집행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법률가들도 있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동훈이 아닌 사람이 한동훈의 정보를 가지고 들어가 개인정보를 변경했다면, 카카오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 검사장 측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인 것처럼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그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을 만들 정도로 강조한 피의사실 유출 금지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야권은 추 장관이 유착을 기정사실화한 소셜미디어 글을 올린 것에 대해 “국회와 언론에 수사상황을 상세히 알림으로써 현 정부가 스스로 만든 공보준칙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힌 범죄사실 내용이 실명과 함께 방송 보도로 전달되기도 했다.
검·언 유착 의혹의 장본인으로 먼저 수사를 받았던 이 전 기자의 구속만료일은 오는 5일이다. 법조계의 관심은 과연 이 전 기자에 대한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가 적힐 것인지에 쏠려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인권수사는 대통령의 특별 당부였다”며 “수사팀을 최종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입장을 내놓거나 사과할 뜻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문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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