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요. 교통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횡단보도가 있다 해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바로 3D 횡단보도인데요.
아이슬란드 북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 ‘이사 피에르 뒤르’의 3D 횡단보도가 지난 2017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후, 전 세계에서 3D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과속방지턱처럼, 운전자의 과속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3D 횡단보도와 같은 안전 시설물은 3D 트릭아트를 활용한 교통안전 공공디자인이라고 불립니다.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속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제작된 3D 횡단보도는 현재 전국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요. 국내에서는 대구대학교 캠퍼스 내에 처음 설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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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횡단보도. |
국회에서도 3D 횡단보도를 도입했습니다. 국회교통안전포럼 소속 의원들이 3D 횡단보도의 효능을 살펴보기 위해 국회도서관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3D 횡단보도를 놓았는데요. 반년이 흐른 지금, 국회도서관 앞 3D 횡단보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직접 국회도서관 앞 3D 횡단보도를 방문했습니다. 국회를 드나드는 차량이 많이 보였는데요. 평소 국회를 드나드는 택시기사 A씨는 “몇 번 와봤지만, 올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3D 횡단보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속력을 줄이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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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앞 3D 횡단보도. |
실제 친구의 차량을 통해 국회도서관 앞 3D 횡단보도를 지나갔습니다. 코너를 돌고 3D 횡단보도를 마주 보자,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발은 브레이크로 향했고, 속력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3D 횡단보도는 운전자가 속력을 줄이도록 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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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시선에서 본 3D 횡단보도. |
이외에 초등학교 앞에서도 3D 횡단보도가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9년 서울 영등포구는 아파트 단지 후문과 대길초등학교 앞 3m 폭에 3D 횡단보도를 설치했습니다.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통학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민의 민원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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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길초등학교 3D 횡단보도.(출처=영등포구) |
순천 이수초등학교 앞에도 3D 횡단보도가 놓였습니다. 평소 학생들의 이동이 많아 안전사고 염려가 우려됐던 곳인데요. 지난 2017년에 3D 횡단보도를 설치했고, 3년 동안 보행자 교통사고가 2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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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이수초등학교 3D 횡단보도.(출처=순천시) |
울산경찰청도 개청 20주년을 맞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3D 횡단보도와 포토존을 울산경찰청 어린이집 앞에 설치했습니다. 현재는 청소년 및 유치원생 청사 견학 때 교통안전 체험을 진행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D 횡단보도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통계 결과 운전자 73.4%가 옐로우 카펫 인지 후 감속하는 것처럼, 3D 횡단보도를 보고 80% 이상 감속했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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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 앞 3D 횡단보도.(출처=울산경찰청) |
현재 3D 횡단보도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한 횡단보도 규격과는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재 ‘도로’에 해당되지 않는 일부 구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회사무처 조사 결과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연평균 373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명씩 횡단보도에서 목숨을 잃는 셈입니다. 따라서 속도를 줄이는 3D 횡단보도의 도입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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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 |
비록 정식 도로에는 도입되지 않았으나 이면도로 등에 설치, 시범 운영으로 효과가 입증된 만큼 관련 법 개정으로 어린이보호구역과 생활 속에서 더 많은 3D 횡단보도가 도입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