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혼’?… 동상이몽이 문제다

‘코로나 이혼’?… 동상이몽이 문제다

문형봉 2020-06-16 (화) 08:26 4년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근무와 ‘집콕’이 부부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불만을 더 표출하게 되고 불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영국에서는 ‘코로나 이혼’을 뜻하는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 오래다. 코로나19를 뜻하는 ‘코비드(Covid)’와 이혼을 뜻하는 ‘디보스(Divorce)’의 합성어다.

뉴욕타임스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를 통해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사와 육아 문제에 대해 남녀간 ‘동상이몽’이 두드러졌다.

여성은 “식사·청소 등 가사의 70%·육아의 66%를 책임지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12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는 ‘누가 온라인 수업과 관련해 자녀의 학습을 돌보는데 시간을 더 많이 쏟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80%가 “엄마”라고 답했다.

또 여성은 육아 전반 및 홈스쿨링에 대해 “남편이 주 책임자”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와 3%에 그쳤다. 반면 남성은 전반적인 육아와 홈스쿨링에 대해 각각 24%와 45%가 자신이 아내보다 시간을 더 오래 쏟고 있다고 답했다. 서로 ‘내가 더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부부 갈등이 커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일본 내 소셜미디어에서는 ‘코로나 이혼’에 관한 글이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 남편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쏟아내는 아내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한 여성은 “남편은 술을 마시고 집안을 돌아다니지만 손을 씻지도 않고 부엌일을 할 줄도 모른다. 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여성은 “이혼을 하는 것이 더 나을까. 그것이 나의 삶을 더 활기차게 만들까”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한국은 어땠을까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올 1~4월 접수된 이혼사건(이혼소송 및 협의이혼접수 건 합계)은 모두 33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769건에 비해 398건(1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월 접수된 이혼사건은 각각 845건·875건·848건·803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각각 907건·863건·941건·1058건이 접수됐다.

이는 2018~2019년 서울가정법원 전체 이혼사건 감소 추이와 비슷하다. 이 기간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사건 수는 1만1837건에서 1만1305건으로 532건(4.5%) 감소했다. 법원 관계자는 “혼인 수의 감소로 이혼사건 수도 매년 약 5% 정도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혼’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경기침체와 외출 자제를 꼽았지만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부터는 코로나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이혼’ 위기 어떻게 이겨낼까
전문가들은 먼저 각각의 공간을 존중할 것을 권한다. 아무리 격의 없는 가족이라도 일하고 쉬고 생각할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서로 비난하는 말을 삼간다.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평소에 하던 지적도 고깝게 들린다. 이러한 말들이 다툼으로 이어지면 격한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가사를 분담하는 규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사람에게 가사가 몰리면 왜 나만 이래야 하나란 생각이 들어 육체적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힘들다. 서로 집안 일을 나눠서 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문제가 해결된다.

즐거웠던 추억을 소환해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면 어느새 더 단단해진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문형봉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