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등록 아동 사망 관련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출생 미등록 아동 사망 관련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이창희 2021-01-22 (금) 16:41 1개월전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지난 8일, 8세 아동이 친모에 의해 사망한 뒤 일주일이 지난 15일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에는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숨진 상태로 가정집 냉장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두 아동은 출생은 했으나 공적으로 등록 되지 못한 상황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학대 피해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이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를 강화하고, 나아가 이와 같은 비극적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아동 출생 시 분만에 관여한 의료진에게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태어난 아동의 출생 신고는 부모가 하여야 함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동의 출생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등 이유로 출생신고 의무를 게을리하거나 고의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아동은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출생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우리사회에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2017년 11월 아동의 출생 시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에게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것을 정부와 사법부에 권고하고, 국회에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우리 위원회는 2019년 5월 ‘제97회 어린이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통해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되는 것이 아동인권의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유엔 「아동권리협약」제3조에서 규정하는 아동 이익의 최우선적 고려 원칙에 따라 출생신고제도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에 적극 노력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재차 촉구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위원회는 아동의 출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물리적 방임의 한 유형으로 보면서, 출생 등록이 되지 못할 경우 보호자와 주변 사람들에 의한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아동이 그러한 심각한 피해를 당하더라도 국가에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해당 아동이 필수적 예방접종과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는 의료적 방임과 취학연령이 되었음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교육적 방임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였습니다.

 

2017년 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기관들은 아동 출생사실을 국가가 공적으로 확인하여 아동을 위험으로부터 사전에 보호하려는 위원회 권고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정부는 2019년 ‘포용 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등에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으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아동의 출생통보제 도입과 관련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들의 연이은 사망사건을 접하면서 이와 같은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첫 단계로 현행 출생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출생신고가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될 수 있도록 등록 절차를 간소화할 것 등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위원회는 정부와 국회가 국내외 요구와 권고를 수용하여 출생통보제 등을 조속히 법제화 할 것을 간곡히 요청합니다. 이는 아동의 출생등록이 마땅히 누려야 할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 등을 누릴 수 있는 아동인권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위원회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모든 아동이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과 국적을 가지고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2021. 1. 22.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


이창희 기자 <저작권자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