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 10명 중 3명, 관계 단절 경험”… 고립·은둔 확산, 학교가 마지막 안전망 돼야
서울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친구·주변인과의 관계 단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또래 갈등 수준을 넘어, 정서적 고립과 사회적 은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경고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특별시가 발표한 ‘청소년 고립·은둔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청소년의 약 30%가 “일정 기간 사회적 관계가 끊겼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관계 단절의 주요 원인으로는 또래 갈등, 학업 부담, 온라인 활동 과몰입, 가정 내 소통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입시 경쟁 구조 속에서 정서적 회복력이 약화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교장은 “성적은 관리 대상이지만, 아이의 마음은 방치돼 왔다”며 “학교가 학습 공간을 넘어 관계 회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 넘어 ‘관계 회복’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 요구
서울시는 체험·캠프·상담을 결합한 고립 청소년 회복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단발성 사업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수업과 생활 전반에 정서 회복 체계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고립 문제의 본질을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성취 중심 평가 구조가 또래 관계를 경쟁 구도로 만들고 있다는 점.
둘째, 디지털 과몰입이 대면 관계 형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
셋째, 교사가 정서 돌봄까지 떠안는 구조 속에서 전문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교육정책 전문가는 “정서 문제를 복지 영역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교육 정책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정서·관계 회복이 교육의 본질”… 3대 대안 제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영배예비후보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이제 교육은 성적이 아니라 연결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핵심 공약은 세 가지다.
① 상담실 구축
학교 내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상담 플랫폼을 마련해, 고립 초기 단계에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 기반 정서 분석 도구를 도입하되, 최종 판단은 전문 상담교사가 맡는 ‘AI 보조-인간 중심’ 모델을 제시했다.
② 관계회복학교 프로그램 도입
토론·프로젝트 수업 확대, 또래 멘토링, 공동체 체험 활동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협력 경험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성취 경쟁이 아닌 협력 기반 성장을 강조한다.
③ 학부모 참여형 정서 지원 체계
가정과 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부모-자녀 회복 워크숍’을 정례화해, 가정 내 소통 단절을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정서적 고립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학교가 마지막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시 불안이 고립을 만든다”… 평가 구조 개선도 과제
교육 현장에서는 관계 단절의 근본 원인을 입시 구조에서 찾는다. 고교학점제와 대입 전형 변화가 반복되며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로 인한 불안이 학생들의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계 회복 정책과 함께 평가 구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 상담 확대가 아닌, 교육 운영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래 경쟁력의 출발점은 ‘연결’
청소년기의 고립은 성인이 된 이후 사회적 고립, 취업 단절,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 복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를 넘어, 사회적 연결을 설계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서울 교육이 ‘성취 관리’에서 ‘관계 회복’으로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서울의 청소년들이 다시 연결될 수 있을지, 학교가 그 중심에 설 수 있을지, 이번 교육감 선거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