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탄광 근로자 명단도 공개…피해자 추가 확인 가능성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조선인 노동력 조사계획 총독부 기록물과 노동자명부 등 희귀 기록물이 일반에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940년 조선총독부가 생산한 ‘노무자원 조사에 관한 건’이란 제목의 기록물 원본과 故 김광렬 선생이 2017년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총 2337권의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문서와 사진, 도면 중 일부기록의 원본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故 김광렬 선생은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 수집가로, 40여 년 동안 일본의 3대 탄광지역이자 대표적인 조선인 강제동원지인 치쿠호(築豊) 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하고 연구한 대표적 전문가다.
이날 공개한 ‘노무자원 조사에 관한 건’ 문건에는 조선총독부가 조선 전역의 노동력을 조사하기 위해 1940년 3∼9월 각 도에 시달하고 회신 받은 공문과 취합된 통계자료가 담겨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각 도지사에게 1940년 3월 말을 기준으로 해당 도의 남녀별·연령별 노동력 현황을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1개면(面)에 5명의 조사원을 투입, <노무자원조사표>를 활용해 과잉농가호수와 농업에서 출가(出稼) 또는 전업(轉業)이 가능한 인력 및 희망인력을 남성은 20~45세, 여성은 12~19세까지 조사·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결과 동원 가능인력은 남자 92만 7536명과 여자 23만 2641명 등 총 116만 177명으로 밝혀졌다. 이는 당시 조선인 총인구의 5%에 해당하는 인원으로, 어린이와 노인, 2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하면 총 인구의 10%에 해당된다.
또한 전업(轉業) 희망인력은 남자 24만 2314명, 여자 2만 767명 등 총 26만 3081명으로 산출되었다. 이 숫자는 1941년 이미 동원인원을 초과한 것으로, 국가기록원은 일제의 조선인 강제동원이 강제적으로 수행될 것임을 알려주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이 기록은 그동안 학계 연구논문으로 발표가 된 바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처음으로 공개된 것으로, 일제가 조선인의 강제동원을 위해 사전에 얼마나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한편 같은 날 공개한 故 김광렬 선생의 기증기록물은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 제6·7갱 탄광직원 명부 원본과 관련 사진 ▲명부 수집 경위가 기록된 '김광렬 선생 일기(1976. 7.~8.)' 원본 등이다.
‘가이지마 오노우라 제6·7갱 탄광직원명부’는 1900~50년대 탄광직원 인적사항 등을 기록한 것으로, 총 8486명 중 1896명이 조선인(본적 기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의 이름, 생년월일, 본적, 호주, 가족관계, 고용연월일, 도주·사망·귀국 등 해고사유, 해고연월일 등을 담고 있는만큼 기존에 공개된 명부에는 없는 피해자가 추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강제동원 현장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오노우라 7갱 노천갱도에서 일하는 조선인 사진 4점도 공개됐다.
아울러 ‘김광렬 선생 일기’에는 선생의 명부 수집을 위한 끈질긴 설득 과정, 육체적·정신적 피로, 명부를 준 탄광 노무계 직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 등 수집경위와 당시 심경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자료들은 지난해 기증 당시 일부가 공개됐으나, 대부분은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실체 확인이 쉽지 않았던 희귀 기록물로 피해 진상규명과 권리구제, 관련 연구 등에 귀중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국가기록원은 故 김광렬 선생 기증 기록물 중 강제동원 근로자명부, 건강보험대장, 공상원부 등 248권에 수록된 약 14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인적사항도 올해안에 국가기록원 누리집에 공개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