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창고에 준비해 둔 구호품들과 긴급구호를 위한 동역자들.
한구기독교연합봉사단 제공
구호품을 실어 보내야 할 트럭 문제와 함께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전투가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목숨 걸고 헝가리 국경까지 이동하던 아나딸리 성삼위일체교회 목사와 보그단 구원의방주교회 전도사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군인들에게 끌려갔다는 문제를 받은 것이다. 그 후로 몇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질 않았다. 두 사람과 동역하던 우크라이나 조영연 선교사 소식을 듣고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을 흘렸다.알려진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전쟁발발과 함께 18~60세의 남성들에 대해 동원령을 발령하고 해외출국을 금지시킨 상태다. 천만다행으로 아나딸리 목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교회 지도자로서 그동안 어려운 이웃들을 계속 도운 것과 구호품 증거사진, 문서 등을 보여주며 구호물자를 운송하기 위해 이동해 온 경위를 설명해 징집되지 않고 풀려날 수 있었다고 했다. 단, 25일 자정까지만 국경 근처에서 체류할 수 있고 거주지인 폴바타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예정대로라면 24일 오전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출발했어야 하지만 트럭 운전대를 잡을 운전사가 없었다. 늦어도 25일에는 트럭이 국경을 넘어야 구호품을 싣고 폴타바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난관을 뚫고 달려 온 1100여km를 빈 트럭으로 돌아가야 한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을 기도로 보냈다. 24일 아침이 밝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전쟁통을 뚫고 이동할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헝가리 트럭 운전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에 다녀오면 1000유로(한화 약 135만원)를 준다’는 글을 올렸지만 연락이 없었다.
그때 헝가리 사랑의봉사단의 몰라르 목사에게 연락이 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일단 좋은 소식은 트럭과 운전사를 구했다는 겁니다. 나쁜 소식은 오늘 출발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겁니다. 내일(25일) 오전 9시에 상차해서 10시에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식을 들은 구호팀은 모두 “할렐루야”를 외쳤다. 물론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불과 하루 전에도 준비됐던 트럭과 운전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한 번 일정이 어긋났기에 마음 속에서 발동한 두려움이었으리라. 두려움을 사라지게 한 건 다름 아닌 믿음이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에 따라 구호품이 분명 국경을 넘어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25일 오전. 우크라이나로 향할 구호품이 상차되는 현장(사진)은 감격 그 자체였다. 25톤 트럭 한 대와 3톤 트럭 하나에 구호품을 가득 실었다. 20년 넘게 긴급구호 활동을 하면서 구호품을 지게차로 옮기기는 처음이었다. 팰릿(소위 빠레트라고 불리는 화물을 올리는 대) 위에 올려진 구호품을 이동식 지게차로 트럭 앞에 옮겨 놓으면 지게차를 운전하는 사랑의봉사단 직원이 그것을 그대로 들어 올려 트럭에 실었다. 이렇게 실은 구호품은 폴타바에서 온 15톤 트럭과 키이우(키예프)에서 온 3대의 작은 트럭에 나눠 실릴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이 일을 섬길 교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