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애향교회(주영환 목사)에 모인 인근 지역 목회자와 사모들이 부활절 계란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애향교회 제공
부활절 달걀 주문량 큰 폭 줄었지만 어려운 이웃 위한 나눔 손길은 넉넉
달걀은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상징이다. 매년 부활주일이 되면 성도들은 ‘부활절 달걀’을 주고받으며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휘몰아치면서 모이는 예배가 위축되자 부활주일에 나눌 계란 주문량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부활절 달걀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줄어든 주문량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교회용품 쇼핑몰 ‘동방박사’는 부활절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과 부활절 계란을 나누는 교회가 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경기도 파주 디자인교회(장일석 목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관심과 지원에서 소외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부활절 계란을 나눴다. 교회는 아프리카 근로자 자녀를 돌보는 파주 신풍리 조이하우스에 부활절 계란과 건빵을 구매해 보냈다.
어려운 여건 때문에 부활절 나눔을 하지 못하는 미자립교회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 강원도 춘천 온누리교회(김창환 목사)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미자립교회에 부활절 계란 400개를 전달했다.
박은철(62) 동방박사 대표는 “부활절 계란 판매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교회와 성도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나눔을 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 공무원과 부활절 계란을 나누는 등 주변을 돕는 따뜻한 움직임이 늘어난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교회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용품 온라인쇼핑몰 ‘고집쟁이녀석들’도 코로나19 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부활절 계란이 늘었다고 밝혔다. 모이는 예배를 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계란 판매량은 줄었지만 나눔을 위한 계란 판매량은 늘어난 것이다. 고집쟁이녀석들에 따르면 7일까지 200여판의 계란이 병원과 관공서로 전달됐다. [출처 국민일보]
3년 전 은퇴한 이상욱 목사는 주영환(합천 애향교회) 목사가 운영하는 양계장에서 사비로 부활절 계란 100개를 주문해 강원도의 한 군부대에 보냈다. 이 목사는 은퇴 후 매년 계란을 보내왔지만, 올해 나눔이 더 특별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부활절 계란 나눔을 후원하던 이들이 후원을 중단했다. 이 목사가 모든 재정을 감당해야 했지만, 사역을 멈추지 않았다.
이 목사는 “국방을 위해 애쓰는 군인들이 코로나19로 외출 휴가까지 통제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부활절 계란을 보냄으로 어떤 고난도 부활의 능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부활절의 의미를 전하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에서 목회하며 양계장을 운영하는 주 목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활절 계란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30% 수준에 그쳤지만, 이웃을 위로하기 위해 주문하는 교회들이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주 목사가 운영하는 친환경 양계장은 고난주간 내내 인근 미자립교회 목사와 사모들의 작업장으로 변한다. 계란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일감을 제공하고 수익도 나누면서 목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주 목사는 “4년째 미자립교회 목사님 사모님과 부활절 계란 출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고난을 겪는 이웃을 격려하는 계란’이란 의미까지 더해져 작업장이 더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