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수도권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A씨(29)는 결혼식 직전까지 업체와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지난 3월 한 차례 식을 연기했던 그는 뷔페 업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결혼식 후 식사가 어려워 도시락 수량 변경을 요구했다. 그런데 업체 측이 웨딩 장식업체까지 모두 철수하겠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계속된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두 업체와의 계약은 모두 철회됐고, A씨 부부는 예식이 2주도 안 남은 시점에서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A씨는 16일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단순 변심도 아니고, 계약 내용 변경을 요구할 때마다 ‘철수’를 말하는 업체의 말이 협박처럼 들렸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결혼한 30대 여성 B씨도 결혼식 직전을 떠올리면 머리가 아찔하다.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결혼식을 진행한 B씨는 식장을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보증인원’을 두고 호텔 측과 언쟁을 벌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기여서 보증인원을 모두 채울 수 없는데도 같은 가격을 요구한 것이다. B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객은 절반 정도나 줄지만 호텔 측은 ‘보증인원을 줄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계약 해지를 이야기하자 그제야 10% 정도를 할인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과 웨딩업체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성수기인 3월과 4월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연기된 결혼식이 최근 열리면서 현격한 입장차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예식서비스업에 대한 소비자 상담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3배나 늘었다. 2월과 3월에는 각각 상담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9배와 6.5배 넘게 증가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 계약을 연기하는 등 변경을 요청할 때 사업자가 거절하거나 거액의 위약금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사업자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서 웨딩 장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C씨(49)는 최근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C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미리 계약해 뒀던 결혼식들이 무더기로 연기되거나 축소 진행되면서 납품된 재료들이 3개월 이상 창고에 박혀있다”면서 “결제 대금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라 계약변경을 맞춰줄 수가 없다. 더 이상의 웨딩 사업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웨딩업체들은 가을이 고비라고 입을 모은다. 웨딩업체들은 지난 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결혼식을 연기하는 경우 ‘이행확인서’를 작성하면 위약금 없이 식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피해가 늘어나면서 다가오는 가을에는 절충안을 마련하기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다가오는 가을 시즌에 결혼식 적체 현상이 발생하면 협조하기 어렵다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문형봉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