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남부교회 성도들과 인근 주민들이 3일 경북 영천 카페 '아담:하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예장통합 제공
경북 영천 작은 동네에 눈에 띄는 카페가 생겼다. 커피 한 잔 마시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외진 곳에서 주민들의 ‘핫 플레이스’가 될 장소다. 카페는 성도가 20명도 되지 않는 영천남부교회(정남진 목사)가 운영한다. 영천남부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총회가 추진한 ‘농어촌자립대상교회 활성화 공모사업’ 일환으로 3일 북카페 ‘아담:하다’ 개소식을 열었다.
올해 설립 74주년을 맞은 영천남부교회는 한때 성도가 150명 이상 모이던 튼튼한 교회였다. 그러나 청년들이 점차 도시로 나가는 데다 교회 내부 분란까지 겹치면서 성도가 4명밖에 남지 않았다. 교회가 목회자 사례비를 감당하지 못하다 보니 담임목사로 온 이들도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부임한 정남진(49) 목사는 자비량 목회를 감수하면서 교회 자립을 위해 애썼다. 영천남부교회는 정 목사가 나고 자란 교회이기도 하다. 그는 “모교회가 쇠락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차에 교회가 본래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헌신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곳에 왔다”고 설명했다.
각오는 했지만 농촌교회 목회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일용직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열심을 냈어도 한계가 있었다. 교회 분란을 오랫동안 지켜본 주민들에게 교회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새 신자가 와도 성경 공부조차 제대로 할 공간이 없었다. 그는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면서 교회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카페를 열기로 계획하고 총회에 자립사업 신청서를 냈다.
총회 공모사업을 후원한 영란선교회(이사장 최영석 장로)로부터 5000만원을 지원받고 사택을 북카페로 리모델링했다. 농촌교회의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자 카페를 꾸미는 고된 일에도 신바람이 났다. 그는 “카페가 꼭 전도의 도구로 사용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주민들에게 아픔을 줬던 것을 만회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며 “지금도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며 목회하고 있지만 은퇴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고 꼭 교회 자립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자립을 위한 그의 목표는 ‘공동목회’다. 2~3명 목회자가 모여 주말에는 찬양 설교 양육 등 각자 전문 영역으로 사역하고 주중에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 방식이다. 농촌교회는 부목사를 구하지 못해 사역에 한계가 있지만 공동목회를 하면 성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갈 데 없는 목회자들이 농어촌교회로 오면 안 된다. 농어촌을 살릴 수 있는 똑똑하고 역량 있는 이들이 많이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예장통합은 영천남부교회 외에도 전남 담양 갈전교회(강성룡 목사)와 경북 영주 순흥제일교회(여주동 목사)를 지원대상교회로 정하고 농어촌교회 자립을 응원하고 있다. 두 교회는 지역에서 재배한 쌀과 농산물을 도시에 판매하는 사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장통합은 앞으로도 공모사업을 통해 농어촌교회의 지속 가능한 자립방안을 모색하고 현장의 목회자들을 격려한다.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