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한 의사 선생님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길래 이 지경이 돼서야 왔냐고 꾸중하셨다. 내 사정을 들으신 의사는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현재 상태로는 MRI, CT 촬영, 조직검사 등을 해도 확실히 알 수 없어 일단 수술부터 해야 하며, 암 등의 여부는 그때 알 수 있다고 하셨다. 6시간 이상 장시간에 걸친 수술은 잘 끝났으나 자궁은 적출할 수밖에 없었다.(우간다 김순옥)
실망과 절망감이 폭풍우처럼 몰아칠 때 모두 접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를 이곳에 보낸 분이 사람이 아니고 주님이시라는 확신이 있었다.(필리핀 이정희)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붙들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세미나 장소는 눈물로 범벅되었다. 그날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한 선교사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린 줄 아니? 누군가 와서 나의 소중한 집시 여인들을 세워주기를 원했단다. 나는 매우 기쁘단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집시 여인들을 세우는 사역이 하나님께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역임을 확신하게 되었다.(우크라이나 한종숙)
낯설고 물선 선교지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가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오로지 혼자였다. 그래서 더 눈물 나고 애틋한 시간들이었다. GMS 독신 여선교사들이 눈물로 살아낸 선교 사역을 글로 풀어냈다. <땅끝의 시간>(한국선교KMQ)이라는 제목의 간증집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유럽 등에서 오랜 시간 사역해 온 28명의 독신 여선교사들은 책에서 선교 사역을 시작한 과정부터 선교지에서 겪은 다양한 고난과 은혜들, 그리고 선교사로 살아가며 느꼈던 감회들을 담담한 문체로 그려냈다. 가뜩이나 외롭고 힘든 선교의 길을, 그것도 독신의 몸으로 살아낸 여선교사들의 삶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기에 문장 한 마디 한 마디가 여간 묵직하지 않다.
“선교사로 헌신하고 러시아로 출발을 앞둔 전날 어머니는 통곡하셨다. 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다. 내가 희생한 것이 아니라 가족이 희생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러시아 김미옥)
그 외에도 선교지 날씨 에피소드, 문화 충격, 오지 종족들, 위기와 고난 이야기 등 선교지에서 경험한 다양한 내용들이 실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 출간을 기획한 GMS독신여선교사회 회장 소평순 선교사(우크라이나)는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로 옷 입은 사람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동등하다고 선포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받고 순종하며 땅끝에서 인생을 온전히 헌신하는 여선교사들의 시간은 소중하다”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주님이 재림해 오실 때까지 선교의 사명을 이어가는 다음세대들이 환상 가운데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