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지난달 20일 석방된 지 1개월여 만에 대표회장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는 18일 한기총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엄기호 목사) 소속 목사 4인이 전 대표회장을 상대로 낸 ‘대표회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한기총)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사건의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채무자(전광훈)는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원 결정의 핵심은 전 대표회장이 지난 1월 30일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재선출된 과정의 절차적 하자였다. 전 대표회장은 당시 총회에서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로 연임이 결정됐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한기총이 총회 대의원인 명예회장 12명에게 소집통지를 누락했고 비대위 소속 목사들의 입장이 거부됐다는 점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전 대표회장은 “지난해 9월 정관 변경을 통해 명예회장들을 총대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소집 통보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한기총의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출 결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법원은 한기총 선거관리규정 상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박수 추대 결의가 허용되지만, 이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의 기회가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하며, 일부 회원의 입장이 거부돼 선거권 행사 기회가 박탈된 상황에서 이뤄진 선출 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 대표회장이 선출 결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현재의 지위를 주장하며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회장 임기는 1년에 불과하나 회장 선출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의 본안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회장 직무집행을 정지할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덧붙였다.
엄기호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한기총은 법도 규칙도 없이 전 대표회장이 말하는 대로 자르라면 자르고 붙이라면 붙이는 조직이었다”며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전 대표회장의 잘못된 권한 행사에 제동을 거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만큼 앞으로 제도를 정비해 한국교회를 바르게 지도할 책임 있는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비대위 소속 목사들이 직무집행 정지 기간 동안 전 대표회장의 직무대행자를 선임해줄 것을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결정하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에 의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한 전광훈 목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대표회장 자격에 대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형봉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