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형 봉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항상 “남의 탓을 하는 사람”이 있다. 아내 탓, 남편 탓, 자식 탓, 형제들 탓, 아랫사람 탓, 친구 탓 등 평생에 한 번이라도 “내가 잘못해서, 내 탓으로” 고백하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
책임전가의 사전적 의미는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씌움”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남의 탓 혹은 떠넘기기이다. 어떠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책임자가 스스로 그 책임을 지지 않고 타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뜻한다.
이게 뉘 탓이냐.
뉘 탓이냐.
어느 뉘 탓이란 말이냐.
네 탓
내 탓
그렇다 이 나라에 나온 네가 탓이요.
그 너 만난 내가 탓이다.
무얼 하자고 여기를 나왔더냐
함석헌 “뉘 탓이냐.” 일부
악한 사람의 특징은 남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책임 전가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악한 사람은 본인의 내면에서부터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악을 세상에 투사한다. 자신은 조금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 속에서는 끝도 없이 악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웃이 아프면 함께 아파하고, 이웃이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사라진 사회. 진영 논리에 매몰된 사람들은 제 눈에 들보는 보지를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만 보고 비판하여 정죄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은 그들 때문에 만들어진 기가 막힌 신조어다.
남의 허물은 들춰내면서 자신의 허물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잠언은 동서양이 대개 비슷하다. 목불견첩(目不見睫)이라는 고사를 예로 들면서 사람의 지혜는 눈과 비슷해서 멀리 있는 곳은 볼 수 있지만, 가까운 눈썹은 보지 못한다고 장자는 말했다. 그러나 성경은 이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비판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정죄하지 말고 서로 용서하라고 가르친다.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 (누가복음 6:42)
“비판치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받을 것이요” (누가복음 6:37)
지금부터라도 우리 서로의 허물을 들춰가며 탓을 하지 말자. 네 탓이라면서 불평도 정죄도 하지 말자.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나 때문에, 괜찮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우리 때문에, 정말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당신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가? 인류의 불행이 어디서 왔는가. 잘못은 나에게는 없고 다른 사람, 자연의 탓으로 생각한 것이 불행을 자초한 최대 원인이다. 자기의 잘못은 자기가 시인해야 한다. 왜 남을 탓하는가.
제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말할 수 없는 약점이요 잘못인 것 같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요” 세 번 부르짖는 것은 천주교 행사의 일부다. 물론 종교가 앞장서서 각자의 책임을 일깨워 줄 수는 있다. 자기 고백은 성당이나 교회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죽음이 눈앞에 닥쳤을 때, 그동안 했던 일이 아니라 하지 않았던 일을 후회한다고 한다. 사실 아무런 후회 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사람은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바라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하다 보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만 정작 자신이 잘살고 있는지,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는 잊은 채 살아간다.
평생 남의 탓으로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이 꼭 기억하고 살 것은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삶의 이치를 생각하자. 그러기에 나 잘난 맛에 살아가는 일부 몰염치한 사람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길지 않은 삶의 여정에서 거짓으로 아니면 남의 탓으로 지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것이 옳지 않은 짓이다.
인간에게는 아직도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남아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가 자꾸 망가지고 있고, 코로나19 같은 세균은 인류를 계속 공격하며 어느 나라는 전쟁으로 평화가 깨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내 탓이요”라며 잘못을 시인하자.
문 형 봉 (京南)
현)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발행인, 식약저널 편집인
특수경찰신문 편집주간, 더조은신문 편집국장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
전) 대한기자협회 상임중앙위원
월간 KNS뉴스통신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