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의 시론] 방탄 입법폭주, 정치의 사법화 만연, 법치파괴 삼권분리 흔들어

[최충웅의 시론] 방탄 입법폭주, 정치의 사법화 만연, 법치파괴 삼권분리 흔들어

문형봉 2024-06-27 (목) 00:33 4개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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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 언론학 박사


지금 국회는 정치가 안 보인다. 극단적 정쟁의 포연 속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타협과 협치가 모두 사라진 국회는 '탄핵' 소리만 요란하다. 대통령도 장관도 판사·검사도 무차별 '탄핵'이란다. 판사·검사 탄핵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법 왜곡죄' '판사 선출제'까지 들고 나와 사법을 겁박하며 삼권분리 기둥마저 흔들고 있다. 정치는 없고 사법화의 만연속으로 폭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어찌 이 지경까지 됐나.  

국민의힘 여당은 총선 참패의 늪에서 박차고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 상태에서 기치를 내세운 투지력과 파죽지세의 기세는 보이질 않는다. 거대 야당의 국회 독점과 여당의 무기력은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치'의 악순환만 불러온다. 이렇게 되면 경제·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부의 국정 운영은 절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그러니 국민의힘엔 '국민'이 안보이고 민주당엔 '민주'가 안 보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 바로 특검법 홍수로 진흙탕 싸움판이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단독 선출에 이어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입법 폭주가 초고속 처리중이다. 민주당은 국회 개원 2주 만에 수사기관 등을 압박하는 법안을 6건이나 발의했다. 특히 이 대표가 기소된 12일에는 검찰수사 조작방지법, 표적수사 금지법, 피의사실 공표금지법 등 해당 사건을 겨냥한 법안들이 무더기로 제출됐다.  
 
헌정 사상 탄핵심판 사건은 총 7차례 접수됐다. 21대 국회에서만 5건이 접수됐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탄핵소추는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됐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현재 헌재에는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검사장, 비위 의혹을 받는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계류돼 있다.

헌정 사상 처음 제기된 검사 탄핵심판은 결국 기각됐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민주당이 주도한 안동완 검사 탄핵 소추안을 헌법재판관 5명은 기소 자체에 문제가 없다거나,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은 아니라고 기각했다. 국무위원들을 탄핵으로 위협하고, 임명된 지 3개월이 안 된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으로 압박해 결국 사퇴하게 만들었다. 마음에 거슬린다고 검사와 판사, 국무위원에 대해 사사건건 탄핵소추를 제기한다면 나라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검찰을 겨냥한 '검사 기피제'와 '수사기관 무고죄', 판검사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법 왜곡죄' 등 '검찰 수사 조작방지법' '표적 수사 금지법'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도 제출하겠다고 나섰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는 판검사들을 처벌하겠다는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까지 제한하는 법안도 내겠다고 한다. 거대 야당이 입법 권력 장악으로 행정·사법 체계 흔들기로 삼권분립 원칙까지 흔드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사건과 관련해 '대북송금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일종의 심판 해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검사들에 대한 겁박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검찰과 법원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것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때문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낯 뜨거운 찬사까지 나왔다. 그러자 북한의 '어버이 수령님'을 떠올렸다는 얘기가 파다할 지경이다. 무슨 사이비 종교 교주도 아니고 노골적인 '李비어천가'는 충격적이다 못해 소름이 끼친다. 이는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이 대표 사당화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정치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에 의한 대화와 타협 그리고 민주주의 수렴과정으로 진행돼야 함에도 정치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에 의존해 사법으로 떠넘기니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의 사법화가 팽배한 것은 민주주의 정치의 퇴보다. 정치가 본연의 임무인 갈등의 조정 및 해결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사법의 영역으로 문제를 떠넘기는 것은 정치의 목표인 민주주의의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 법의 잣대로만 정치적인 문제 해결을 의존한다면 민주주의 가치 존립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사법의 정치화'다. 법관도 직업인 이전에 자연인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민감한 정치적 사건에 구속 여부와 법관의 판결에 따라 정치적 상황이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된다. 사법의 정치화 대표적이 사례가 지난해 이재명 구속영장에 대한 해당 영장판사의 기각 처리와 선거법 위반 사건은 6개월 안에 1심이 선고돼야 할 이재명 대표 선거법 재판부가 무려 16개월이나 지연한 끝에 담당 판사가 사표를 내버린 경우다. 애초부터 선고를 안 하려는 작정의 의구심을 주는 경우다. 조국의 2심 '징역 2년 실형'인데도 법정 구속을 면한 사례도 있다. 만약 두사람 모두 구속됐을 경우 국내정치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법의 정치화는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

정치권력이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 법에 호소하는 현상은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표다. 한편 사법의 정치화는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 실현에 복무하는 사법권 독립에 대한 심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성숙과 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는 결코 지양돼야 한다.
  
사법부 독립성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검사와 판사를 겁박하고 법에 의한 판결을 부정하는 행위는 헌법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한 사람이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입법 폭주와 특검, 탄핵 남발로 행정부·검찰·법원을 협박하고 사법을 방해하는 것은 법치와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 헌정 질서를 흔드는 일이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법치실현을 위해 사법권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존중돼야 한다. 행정·입법·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로 헌법 정신이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