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법사위에서 증인에게 조롱과 모멸, 인격모독 갑질에 연일 논란이 뜨겁다.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언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 위원장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 방식과 고압적 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군복 차림의 현역·예비역 장성들을 포함한 증인들에게 온갖 모욕과 야비한 인격모독 행위에 전 현직 군인들은 물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불철주야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며 헌신하는 장병들에 대한 하대와 면박에 대한 파문이 크다. 이런 저급한 언행은 지금 이 순간도 뙤약볕 폭염에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50만 현역 군인들과 270만 예비역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모욕적 행위다. 모멸당한 지휘관이 부대에 돌아가 어떻게 지휘를 할 것인가.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27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해병대를 능멸 말라"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 말라"고 분노하며 반발했다.
정 위원장은 21일 청문회에서 "천지 분간을 못 하냐"며 "수사 중이라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간 회의장 밖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퇴장 명령을 해 논란이 됐다. 군복을 입고 있는 장성에게 그는 "어디서 그런 버릇이냐.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고 했고, 임 전 사단장은 바로 일어섰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인가" "또 끼어드느냐. 퇴장하라". 10분간 퇴장 명령을 하자 박지원 의원은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어라"고 한술 더 떴다.
정 위원장은 임 전 사단장에게 "천공을 잘 알고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사표 낼 생각 없냐"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어디서 그런 버릇을 배웠느냐" "다양하게 예의 없고, 다양하게 모르나" "선택적 기억력을 갖고 있나"라고 했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시원하게 답변하라는 뜻이 이름에 담겼느냐"며 유치한 말장난을 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는 "일부러 기억 안 나게 뇌의 흐름을 조작하지 마라"고 했다. 이런 국회 위상과 품격을 추락시키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금배지가 갑질 면허증은 아닐 진데, 서슬 퍼런 권위주의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청문회는 증인을 겁주고 모욕하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증언과 진술을 듣는 자리다. 증인들에게 온갖 조롱과 야비한 인격 모독을 저지르는 거친 언행들은 결코 진상 규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의 품격만 떨어지고 국민들의 원성만 높아간다. 민주당에서조차 정 위원장의 강압적 회의 진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 위원장의 고압적 진행 방식을 문제 삼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국회 내 모욕 행위 시 처벌 조항을 신설한 소위 '정청래 방지법'도 발의키로 했다. 여당과 언론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그의 조롱과 모욕에 대한 단죄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나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나에게 쏟아낸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대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맞대응 했다.
국민의힘이 25일 국회 상임위에 복귀했지만, 야당에 휘말린 여당도 온전하지 않다. 상임위 마찰로 한 달 여만에 지각 출석했다. 총선 참패 후 열정도 패기도 잃은 듯 야당 대응에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집권당이 해야 할 일에 제대로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들끓는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여야는 상임위 곳곳에서 강하게 충돌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25일 법사위도 7월 1일 운영위도 고함과 삿대질로 난장판이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민생과 무관한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격을 추락시켜, OECD 35개국 중 한국 국회의 효과성은 34위다. 그러나 세비는 3위(국민소득 대비)다. 생산성 불균형의 극치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몰염치다.
대한민국은 도대체 '법치국가'인가 '무법천지'인가?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들과 피고인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 자신들의 범죄를 막고 회피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자신들의 수사검사들을 탄핵하려면서 국가 사법권 방해에 정면 도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묻지마 탄핵병'이 중증 수준이다. 툭하면 탄핵 카드를 내민다. 윤석열 정부 들어 벌써 8번째다. 민생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재명 전 대표 개인 방탄이나, 공영방송 장악 등이 목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입법 권력 남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을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방탄 국회를 운영했다. 이번 22대 국회에선 아예 이 대표 본인의 대장동 변호사를 국회로 입성시켜 검찰과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사위에 전진 배치했다. 상시 방탄으로 입법부를 개인 방탄의 아성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정치인의 권위와 품위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원래는 탄핵, 청문회, 불 체포특권도 민주 사회의 신성한 입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취지의 제도였다. 그런데 그 좋은 제도가 엉뚱하게 변질됐다. 탄핵은 국정 마비와 협박 도구로, 청문회는 망신 주기 대회로, 또 불체포 특권은 범죄자 보호용 방패로 사용하며 본래의 취지는 모두 사라졌다. 국민은 안보이고 자신들의 권력 야욕에 찬 저질 수준들이 망쳐놓았다. 이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긴 국민이 불쌍할 따름이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의 갈등을 풀어내고, 국가의 미래를 밝혀주어야 하는데, 지금 22대 국회의 남은 4년 동안 이런 난장판을 국민들이 계속 봐야할지 벌써부터 두렵다. 국격을 추락시키는 국회를 국민들은 탄핵하고 싶다. 그들을 징계하고 엄벌을 주고 싶지만, 그들이 마구 남용하는 탄핵을 국민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국회의원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 못 할 때는 유권자의 투표로 해임하는 ‘국민 소환제’ 부터 도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