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노벨문학상 쾌거, 한국 문화의 새 역사

한국인 노벨문학상 쾌거, 한국 문화의 새 역사

오인숙 2024-10-22 (화) 22:26 5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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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 언론학 박사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 문학상을 한국인 작가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한국 문학의 쾌거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화가 세계로부터 당당히 인정받는 계기로 한국문학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의미가 크다.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사건이며,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2000년 평화상 수상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한 작가는 역대 121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여성으로는 18번째,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의 수상자다.

아시아 작가로는 인도 타고르(1913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 중국 소설가 모옌(2012년)에 이어 5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7년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세계 독자와 교감하는 결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인간 폭력성을 탐구한 보편적 주제로 세계 문단으로 공감대를 넓혔다. 2016년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소설 '채식주의자'로 노벨 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계의 별로 주목받았다.  
 
노벨위원회는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을 이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폭력과 상처라는 인류 보편적 고민을 <채식주의자>라는 작품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이자 음악과 예술에도 헌신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앤더슨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장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독특한 문체와 실험적인 형식으로 다루면서도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깊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는 원작의 감동을 세계무대에 고스란히 잘 전달할 수 있는 뛰어난 번역도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6년 동안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그는 뛰어난 번역으로 2016년 노벨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한강 작가와 공동 수상했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영어로 번역된 한강의 첫 번째 소설로 한강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채식주의자'는 민간 문화재단의 번역 지원을 통해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등이 번역 지원을 통해 우리 문학을 꾸준히 세계에 알려온 공도 컸다. 앞으로도 정부 차원의 꾸준한 번역 지원을 통해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한강 소설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게 되는 배경엔 경제·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국격과 전 세계에 불어 닥치는 K컬처 열풍의 위력도 한 몫을 한 것이다. 한국의 국력이 성장하고, 영화·드라마·K팝·한식 등 한국 문화가 '문화적 영토'를 확장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뜨겁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K팝에 열광하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아카데미상과 에미상의 주인공이 됐다.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미래 산업 기반인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첨단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과학기술·경제 분야에서의 수상자는 아직 한 명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본은 25명, 중국도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휩쓸고 있다. 

우리는 의료개혁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는 외면하고 의대에만 쏠리고 있다. 심지어 초등생 의대반 바람이 거세다. 정부와 국회·기업 등이 기초과학 연구를 전폭 지원하는 풍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한강의 쾌거를 계기로 제2, 제3의 노벨문학상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정부 또한 수많은 작가의 창작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22년 허준이 한국고등과학원 석좌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데 이어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한국인의 역량이 세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광의 그날이 빨리 오길 고대한다.

AI를 비롯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