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종교부장
기자의 숙명이랄까. 언제나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배웠지만 출입처의 입장이나 논리로 기울어지게 된다. 그쪽의 말을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환경을 담당하던 시절, 매주 1면씩 환경면을 써오면서 전국의 환경 파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같은 경험을 했다. 수도권에 입지 좋은 공장 부지가 부족하다는 아우성에 동조했었지만 그린벨트를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시기상조라는 기업들의 볼멘소리에 솔깃했었지만 탄소배출 규제가 필요하고 정당하다고 썼고 생각은 그렇게 굳어졌다.
당시 막 시작된 지리산국립공원의 반달곰 복원 사업 소식도 많이 전했다. 반달곰 복원 필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이렇다. “곰은 먹이 사슬 최상층에 있는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다. 우산종을 보호하면 먹이 사슬 아래에 있는 동식물이나 넓은 면적의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를 우산을 펼치듯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반달곰은 덩치는 크지만 주로 채식을 한다. 엄청난 양의 식물을 먹고 또 엄청난 양의 배설을 한다. 활동 반경도 넓어 그만큼 씨앗을 널리 퍼뜨린다. 소화력이 약한 곰의 배설물에 섞인 씨앗은 그냥 땅에 떨어진 것보다 2배 이상 싹이 더 잘 튼다고 한다. 먹이 활동 과정에서 나뭇가지들을 부러뜨려 지표면과 가까운 식물들이 햇볕을 잘 받게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환경 사안과 달리 “왜”라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반달곰 복원이 도대체 우리의 삶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전 세계를 정지시킨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왜 반달곰 복원이 필요하고 생태계 회복이 필요한가를 명확하게 이해하게 됐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깨달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한탄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코로나19가 어느 동물로부터 비롯됐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결론은 없다. 그러나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돼 야생동물과 인간의 직간접적 접촉이 증가하면서 그들로부터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이 인간에게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인간의 탐욕으로 무분별하게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 자업자득의 결과다.
크리스천들은 자연스럽게 환경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 세계관 중 하나는 창조 신앙이다. 만물을 하나님이 선하게 창조했고 창조질서로 섭리한다는 신앙이다. 보잘것없는 만물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 생명을 지은 하나님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통받는 피조물과 함께하는 것은 바로 그들을 창조한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교회는 환경 문제에는 아직 둔감한 편이다. 국민일보는 지구의 날인 지난 4월 22일부터 연중기획 ‘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를 시작했다. 하나님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의 이야기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세계적 자연생태공원 순천만의 토대를 만든 순천 대대교회, 매달 셋째 주일 찬양예배로 교회에 모이는 대신 흩어져 집 근처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발안반석교회, 교육관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든 서울 광동교회, 청주 구룡산 지킴이를 자처한 성공회산남교회…. 곳곳에는 녹색교회를 표방한 교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역사는 한국교회 환경운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9년 전 국내 최초로 탄생한 첫 민간 환경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는 한국교회가 주축이 돼 출범했다. 이제 다시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광동교회 방영철 목사는 교회가 창조세계 보전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를 묻는 국민일보에 이렇게 답했다. “예수님이 주신 가장 큰 계명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인데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게 모두를 사랑하는 적극적 표현이다. 더 나아가 다음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위한 투자이자 배려인 만큼 교인들이 이 일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민일보 맹경환 종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