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
음선필 교수의 평등법 해악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랫동안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을 제정하려고 무척 애썼다. 2006년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법안은 지금까지 모든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해 연내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차별금지법을 제1호 법률안으로 제안하겠다고 공언했다.실제로 정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지난해 6월 29일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됐고, 다음 날 인권위는 종래 고수했던 차별금지법이라는 명칭을 변경해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제시했다.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전략적 숨 고르기를 하다가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을 발의했다. 세 법안은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서로 보완하려는 의도가 보이는데, 국가인권위의 연출 아래 두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이라 할 수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의 최대 수혜자는 국가인권위다. 국가인권위는 근거법인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래서 평등(차별금지)의 기본법 및 특별법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런데 세 법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는 것은 국가인권위의 권한이다. 그만큼 인권위 권한을 어떻게 할지 고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국민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에 숨겨진 인권위의 권한 강화 의도를 반드시 간파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첫째, 평등법을 통해 국가인권위는 자신에게 인권보장의 국가 최고기구로서 지위를 부여하려 한다. 평등법은 평등(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의 지위에서, 국가 차원의 5년 단위 차별시정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국가인권위에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한다.평등법에 따르면 정부는 차별시정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국가인권위가 제출하는 기본계획 권고안을 존중해야 한다. 기본계획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의 장, 시·도 교육감이 수립하는 연도별 세부시행계획과 그에 따른 행정 및 재정상 조치의 근거가 된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그 세부시행계획 이행결과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입법부와 사법부의 장(長)도 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 시행계획 수립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즉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도 사실상 국가인권위의 기본계획 권고안을 존중할 것을 요구받는다는 말이다.둘째, 평등법은 평등(차별금지)에 대한 특별법의 지위에서, 차별금지 사유 및 행위 유형을 확대하고 구제수단을 강화해 국가인권위 권한을 강화한다. 평등법이 규정한 모든 차별행위는 국가인권위의 진정 대상이 된다. 그래서 차별행위 유형이 늘어날수록 인권위 권한은 확대된다.이를 위해 기존에 있는 개별적 차별금지법 조항을 중복해 규정하거나 그에 대한 특별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사실상 같거나 비슷한 규정을 굳이 평등법에 다시 반복하는 것은 차별행위 유형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가인권위의 업무확장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차별금지법, 평등법은 집행과정에서 어떤 행위가 차별행위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국가인권위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국가인권위는 자연스럽게 인권문제 관련 최고 판단권자가 된다.그 결과 국가인권위는 인권 경찰, 인권사법기관에 준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 심지어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안에는 국가인권위에 모든 차별행위의 시정명령권까지 부여했다.그런 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은 국가인권위 권한을 강화하는 ‘국가인권위를 위한 특별법’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는데도 굳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을 제정해서 노동위원회, 교육청, 법무부 등 다른 기관이 담당하던 인권보호 기능을 국가인권위가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상 국가인권위의 지위와 권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기관 이기주의 아닐까.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