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 앞에서 자신을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설 수 있는가. 그런 사람을 우리는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오류를 알고도 사람들에게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을 받을 것이 두려워 고집을 세우는 것은 “고집불통”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자 성어에 초심불망(初心不忘)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처음에 다진 마음(초심. 初心)을 잊지 말라,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한결같이 밀고 나가라는 뜻이다.
그것은 자기 정체성의 인식과 확립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각오와 자세를 가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헌신도 우리의 열정도 이 혼탁한 세상 탁류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의 이 어려움과 힘듦이 우리의 삶마저 흔들어 놓을지라도 결코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정치인들, 위정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와 후학을 가르치는 교육자 그리고 언론인의 초심불망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귀감(龜鑑)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지도자의 언행일치와 올바른 양심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정의로운 사회를 조성하는 이들의 초심불망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는 점점 초심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종교인은 종교인대로 교육자는 교육자대로 언론인은 언론인대로 세월의 흐름 따라서 말 바꾸기를 떡 먹듯이 한다. 다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는지라 정치계, 종교계, 교육계, 언론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행태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은 첫째는 초심(初心)이다. 둘째는 열심(熱心) 이며, 셋째는 뒷심이다. 그중에서도 초심이 중요하다. 초심이 있어야 열심도 생기고, 뒷심도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심을 평생 유지하기가 어찌 쉬운 일이랴! 어떤 분야에서든지, 정상(頂上)에 오른 사람들을 보라. 정상에 오르더니, 교만(驕慢)과 아집(我執) 빠져서 추락(墜落)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던가?
문 대통령은 초기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토론하겠습니다. 국민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언론에 직접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격 없는 대화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통합이었다. 그러면 지금까지 통합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 또한 취임 연설에서 강조한 것이 소통(疏通)이었다. 야당과 정례적인 소통을 하고 국민과 허심탄회한 대화하겠다고 했다. 이제 얼마 안 남은 대통령의 시간을 생각하며 과연 얼마나 통합하고, 소통하고 그 직무를 다했는가?
대통령은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다. 과연 그럴까?
통합을 화두로 강조하는 대통령의 입을 보면서 왜 미합중국 제16대 대통령, 링컨 대통령(Abraham Lincoln)이 그렇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통합을 원한다면 링컨에게서 다시 배워야 한다. 링컨은 신념의 정치가였다. 그에게 있어 하나님의 이름으로 인간을 사랑한 그의 신념은 그 어떤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노예 해방을 두고 자기를 지지하는 당에서조차 흥정하려 했지만, 누구와도 흥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선거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승리했다.
승리 이후엔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정적까지 안고 중책을 맡겼다.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남군에 참여했던 장군이나 병사들 누구도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처벌하지 않았다. 모두 하나님의 이름으로 껴안았다. 그는 통합의 대통령이었으며 그런 링컨의 정신은 지금까지 아메리카를 통합으로 이끌었다.
그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Gettysburg Address)은 우리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하겠다.
“그리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 701-762)이 상의산 노파(老婆)가 큰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드는 것을 보고 물었다.
"이렇게 큰 도끼를 바위에 간다고, 바늘이 될 수 있습니까?" 상의산 노파는 서슴치 않고 대답했다. "그럼, 그렇고말고. 중간에 그만두지만 않는다면"
그렇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랴! 그러나 바늘을 만들 수 있다는 처음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바늘을 얻을 수 있다. 그만큼 초심이 필요하다. 이를 한자 성어로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잊지 말고 평생 실천해야 할 덕목(德目)이다. 초심을 잊지 않고 도끼라도 갈고 갈면 결국 바늘도 만든다는 끝 맺음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인혁시인]
월간 한국시. 문학세계 문학상 수상
시인. 칼럼니스트
연세문인회 회원. 한국가곡학회 회원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