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혁시인 essay ]가을에 사랑을 이야기하자

[이인혁시인 essay ]가을에 사랑을 이야기하자

이현 2022-09-02 (금) 12:05 2년전  


이제 제대로 가을철의 문턱을 넘어서는 모양이다.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가을은 언제나 상쾌하고 행복한 기분이다. 파란 하늘을 보니 마음은 설레고, 나도 파란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품속을 파고든다.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의 잎새가 붉은색으로 물들어 간다. 은행나무 잎새도 노랗게 물들어 간다. 얼마 있지 않으면 휘-부는 바람 소리와 함께 우수수 떨어져 길 보도 위를 뒹굴겠지가을이다.

 

가을은 왔는데 하늘 끝 만리(萬里)를 울어 예며 날아오는 기러기의 행렬을 이제 도심(都心) 하늘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가을을 느끼는 것은 오곡이 풍성한 결실의 계절을 느끼는 넉넉한 마음이다. 다른 하나는 이제 머지않아 닥쳐올 겨울을 걱정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생각하는 서글픈 마음일 거다.

그러나 가을은 치열한 여름을 뚫고 나온 강렬한 생명력에 의기소침(意氣銷沈)한 나에게도 새로운 용기를 갖게 한다. 그래서 그동안 잘하지 못했던 걷기 운동과 가까운 산에 등산도 다니며 건강을 챙겨야겠다. 혹은 책 읽기도 좋고 여행하기도 좋다. 먹거리도 풍성하니 가보고 싶은 곳에 음식 맛도 즐겨야겠다.

 

그런데 이 좋은 계절에 이별의 노래가 생각나니 가을은 쓸쓸한 계절인가 보다.

40대의 시인 박목월에게 부인이 있었다. 그러나 결혼한 시인 박목월은 여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자리도, 가정도, 명예도 모두 내던지고 연인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얼마 뒤 시간이 지나고 박목월의 아내 유익순 부인은 그가 제주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남편을 찾아 나섰다. 막상 두 사람을 마주하게 되자 아내는 힘들고 어렵지 않으냐며 돈 봉투와 추운 겨울을 지내라고 두 사람의 겨울옷을 내밀고 서울로 사라졌다.

박목월과 그 연인은 이 모습에 감동해 그 사랑을 끝내고 헤어지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로 탄생 된 박목월 시(), 김성태 곡 이별의 노래이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사랑은 영혼을 명징(明澂)하고 성숙하게 한다.

한 시인의 사랑과 이별, 그 아픔과 고통에서 헤어짐의 시가 탄생하였단 사실이 뭔가 일깨우는 듯하다.

 

도로 가장자리에는 떨어진 잎들이 수복이 싸여가고 그 낙엽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분을 잃어버려 일으키는 바람에도 나뭇잎 들썩이며 길가에 버려진 신세가 된다.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는 동시에 사람도 세월이 지나 늙으면 저렇게 몸의 수분을 다 반납하고 어디론가 떠나갈 것이다.

이렇듯 가을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생각과 감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낭만의 계절, 사색의 계절이라 했던가?

 

계절의 여왕 가을이 이렇게 좋은데,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바른 정치를 해야 하는데 나라가 자꾸만 흩어지고 대립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곡식들이 열매 맺는 이 가을에 경제 불황은 엄청 심하다. 코로나-19는 아직도 왕성하게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때에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 제발 싸우지 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가을은 왔는데 우리의 지도자들은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는평범한 자연의 진리를 언제나 배우고 깨우칠까?

이 가을에 우리 모두 가을에 사랑을 이야기하자.

 

 [이인혁시인] 

시인칼럼니스트

월간 한국시 /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월간 식약저널 편집위원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