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책임지는 사람
사람은 동물이 없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자유의지와 창조력이 그것이다. 자신의 자유의사에 따라서 이렇게 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할 수도 있고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인간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두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냈다. 먼저 예의범절이 있다. 그러나 이 예의는 약하고 사회마다 조금씩 다르고 변한다. 다음은 법률로써 가장 강력한 제도이다. 법률은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지고 행동을 규제한다.
효과도 가장 높다. 그래서 사회가 무질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예의범절 윤리이다. 이 윤리적 삶은 법률과 예의범절 사이에 끼어있는 것인데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약하지 않다. “자발적인 통제력”을 갖는 것이다. 양심이라는 행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양심이 무너지면 개인과 가정과 그 나라는 망하게 되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멸하고 증오심을 보인 것은 조선시대의 역사였다.
“우리는 이조의 역사를 사색 당쟁, 사대주의, 양반의 안일한 무사주의적 생활 태도 등을 들어 후대에 따른 악영향을 끼친 민족적 죄악사라고 생각한다.”(박정희, 《우리 민족의 나갈 길》, 96쪽)라고 했다. 한마디로 윤리가 없어진 사회였다.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옛날 조선시대의 사색당파 싸움을 오늘에 재연하고 있는 것 같다. 국리민복(國利民福)보다는, 자기가 속해 있는 계파의 이해 득실만을 위해 진흙탕 속에서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다. 국가 지도자들이 파당 싸움을 밥 먹듯이 하고 있디.
조선은 사색 당쟁, 사대주의, 무사안일 등의 “유산을 우리에게 남겨주어, 우리 민족이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도록 만드는 원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조선은 당파싸움 때문에 망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한국의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말했다.
한때 강대한 수 나라, 당나라와 싸워 이겼던 강대국 고구려의 실상을 보자. 연개소문이 죽은 후 그의 아들들을 중심 한 파벌싸움이 결국 국력을 분열시키고, 대 고구려를 꺼꾸러지게 했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조선 말기 대한제국도 일본의 침탈 야욕 때문에 망한 것이지만 조선 내부의 친청파, 친러파, 친일파로 분열되어 그 싸움이 결국 나라를 일본에 내주게 했다.
이번 핼러윈 이태원 참사로 156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의 희생과 부상자들이 생겨나고 모두가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이 사태에 최우선은 진솔한 사과의 태도일 것이다. 또한 권한의 최상층부가 모든 책임을 통감하는 태도일 것이다. 경찰 공무원들은 권한만 쥐었을 뿐 그에 상응하는 책임 의식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권력 핵심부의 산만한 의식구조와 월권행위(越權行爲)로 그 직책을 다 하고 있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가 아니라 “네 탓이요, 네 탓이요”를 외치고 있었다.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태의 목불인견(目不忍見)의 태도이다, 이제 누가 누구를 질책하고 분노하기보다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려야겠다. 과거 일본이란 이웃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책임지는 삶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돌리고 또한 “친일파” 논쟁만 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커다란 정책이든지, 사소한 일이든지 책임지는 이들이 없고,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 시키는 현실을 보면서 나라의 작고 큰일 앞에서 온 국민을 향하여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용기가 아쉽다.
[이인혁시인]
시인. 칼럼니스트
헤드라인 코리아저널 편집위원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