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을 한 아름 안고 온다.
이제 다시 봄이 온다.
아직도 어수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황량한 하늘을 뚫고 봄은 점점 무채색의 세상을 봄의 색으로 물들여 갈 것이다. 겨울의 찬바람 속에 잠잠히 숨어 있던 신비한 생명들이 조심조심 세상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있다. 꽃샘 추위가 괜히 심통을 부리는 것이 아마도 겨울의 끝자락을 잡고 싶어서 그렇게 심통을 부렸나 보다.
내 가슴의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게 하소서
겨울 내 얼어붙은 아련한 이야기들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녹아지게 하소서
마음 추위 때문에 생긴 아픈 상처들은
누군가 내 안에서 따스한 온기(溫氣)로 달랠 때
훈훈한 정(情)이 살아나 아득한 만남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들려지게 하소서.
처음과 끝이신 당신,
그 영원한 힘으로 긴 헤어짐에서 일어나
봄이 오게 하소서
이인혁시인 “봄을 여는 기도” 중에서
그동안 추운 겨울 날씨 같은 시련과 고통, 아픔과 좌절을 잘 견디었다. 그 혹독함은 내면(內面)에 숨겨진 간절한 소망은 오직 희망이라는 열망(熱望)이었다.
봄은 참 좋은 것이다.
오죽하면 봄을 영어로 스프링(spring), 즉 “튀어 오르다”라고 했겠는 가.
봄은 부활과 소생(甦生), 성장과 희망의 계절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봄은 시작이다. 다시 출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주토피아>의 Ost “Try Everything” 에 이런 가사가 있다.
“좌절하지 않을 거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끝을 보고서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다시 일어서서 앞을 바라봐 아무도 실패 없이 배울 수는 없는 걸, 다시 오르는 거야 아무도 실패 없이 배울 수는 없는걸.”
그렇다. 혹한을 이겨내고 희망을 피워내는 겨울 나무들에게 배워야 한다.
그동안 얼었던 땅이 풀리듯 내 마음 깊숙이 자리해 있던 미움, 편견, 교만, 우울, 불신 따위의 얼음덩이들을 봄의 따뜻함으로 녹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정말이지 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해마다 거듭 오가는 계절인데, 우리들의 마음과 생활에도 봄을 꽃피우지 못한다면 그 봄은 나의 삶에서 의미 없지 않는가. 봄의 사람은 따뜻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친절하고, 명랑한 사람일 것이다.
자연의 순리, 봄의 시작 점에서 우리는 새로움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배워야 하겠다.
지난 계절에 느끼지 못할 것만 같던 나뭇가지에 꽃 몽우리가 탐스럽게 맺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봄이다. 겨울나무에도 연한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게 놀라워 몇 번이나 다시 그 나무를 올려다보기도 하면서 조용히 봄 손님을 준비를 한다.
겨울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새 소리는 들려 올 것이고, 식탁에 달래 된장찌개의 그 향긋한 내음에서도 한 숟갈의 봄을 떠먹는 생각에 잠겨 본다.
이제 바라기는 “꽃”이라고 시(詩)를 읊조린 바로 그 주인공이 맛있게 끓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희망 사항이다. 봄은 다시 오겠다며 떠나지만 이 좋은 계절에 다시 오듯 아름다운 꽃이여, 내 곁에 영원히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대가 노랗고 붉거나 하지 않아도,
진한 향기를 뿜어내지 않아도 그저 좋다.
그대가 그런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토록 그대를 염모(艶慕)하는 건,
험한 세상에서 예쁘게 피어나는
고마움 때문일 수도 있고,
그대의 삶이 안 쓰러 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빈궁한 모양이 아무렇지 않은 듯
하얗게 빨갛게 봉우리 피워 올린
그대의 열정(熱情)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누가 뭐라 하든 아무리 봐도
그대는 천상 꽃이다.
이인혁시인 詩 “꽃”중에서
겨울 내에 얼어 닫혀있던 마음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 봄 꽃들에 반해 마음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봄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꽃을 한 아름 안고 온다.
이제 곧 “꽃동네 새 동네”가 될 것이다.
봄 꽃들의 세상이다. 봄 꽃으로 서로 어우러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밭이다.
새 봄에 피어날 생명을 위해 진한 물감, 누구라도 그 물감으로 수채화를 그리면 드러나는 봄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저기에 봄의 색깔이 넘쳐난다.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하얀색, 파란색~ 봄의 향기에 취해 있을 스스로를 상상해 본다.
듣기만 해도 생기가 샘솟는 봄 노래를 듣는 것
쌉쌀한 봄 나물이 곁들여진 음식을 먹는 것
화사한 봄 냄새 나는 옷을 입고 봄나들이 가는 것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말처럼 이번 봄에는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여 다양한 즐길 것 들을 찾아보자.
이인혁 시인
칼럼리스트
월간 한국시 신인문학상, 월간 문학세계 문학상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