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최근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에 대한 실무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책인데, 실질적 도움을 기대하는 의견과 장시간 노동·육아휴직 등의 근본 문제를 방치하는 임시방편이란 비판이 엇갈린다. 그런데 외국인 가사 도우미가 해결책인지를 넘어 고려할 사항이 있다. 단기적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 제도가 우리 사회의 인권과 교육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일반적인 노동자가 아니다. 이들은 고용이 해지되면 일하는 나라에서의 체류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통상적인 고용주·노동자 관계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몇 달 전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최저임금의 반값에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이렇게 시대를 악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발상이 가능했던 것 자체가 이 제도가 전제하는 차별적 인간 이해 때문이다. 비록 이번엔 최저임금을 준다고 하지만 국내 체류를 빌미로 인권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악의적인 인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애매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는 집이나 아파트에 이들이 지낼 방이 없어 부엌이나 찬장 구석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있고, 일요일에는 쉬는 대신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휴일에 홍콩에 가면 육교 위에 박스로 벽을 세우고 그 안에 앉은 수많은 여성을 보게 되는데, 모두 자기가 일하는 집을 나와 갈 데가 없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들이다. 이전에는 휴일 없이 일하다가 일주일에 하루는 쉴 권리를 보장해서 생긴 아이러니한 결과다.
집에서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 나라의 가사 도우미는 일하는 집 가족의 밥을 챙겨 주고 자기 음식은 따로 먹는다. 돌보는 아이를 친구 집에 데려가는 역할도 하는데, 그 집에 가서도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밖에서 배회한다. 존재하지만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안에 물건이라도 없어지면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자그마한 실수에도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고용주의 성품보다는 고용의 특별한 구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다.
물론 제도를 도입할 때 알려진 문제를 방지하는 조치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대다수 한국 가정의 거주 공간에 가사 도우미가 거처할 곳이 없기 때문에 이들이 출퇴근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런 대안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부분적 해결책에 불과하고, 그나마 상당한 비용과 관리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 정교한 계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제도의 도입과 운영, 관리만큼 중요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미래상과 그에 걸맞은 교육에 대한 물음이다. 사실상 낮은 계급 취급을 받는 이에게 돌봄을 받는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될까? 매일 자기의 밥을 차려 주지만 같이 먹지는 않고, 주말에는 집을 나가 어느 길가에 막연히 앉아 있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가사 도우미의 교육적 영향은 무엇일까? 그 아이의 눈에 이 세상은 어떤 곳이고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그 아이는 커서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
가사나 양육에서 도움이 절박한 이들의 문제는 해소돼야 한다. 그 해결책이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일 수 있고 육아휴직의 확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 논의를 당면 필요와 돈의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구조적인 을과의 권력 관계와 내 아이에 미치는 교육적 영향,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관계는 정의롭고, 그 영향은 선하며, 그 가치는 납득할 만해야 한다.
손화철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