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 박사 칼럼] 'AI에 일자리 뺏길라' 할리우드 작가 파업 돌입

[최충웅 박사 칼럼] 'AI에 일자리 뺏길라' 할리우드 작가 파업 돌입

문형봉 2023-06-04 (일) 22:25 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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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충   웅 박사 


일자리 놓고 인공지능(AI)과 사람 간의 충돌,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AI가 대본 작성 일까지 빼앗아 간다”며 지난 5월 2일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대본 작성 시 AI 사용 제한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장기간 파업에 들어간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영화·방송작가 1만1500여 명은 영화·TV 프로그램 제작자연맹에 “AI가 만든 대본을 작가에게 수정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영화나 TV 대본 작성 때 AI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급성장으로 콘텐츠 제작 강도가 높아진 반면 열악한 근무 여건은 여전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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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캘리포니아 버뱅크의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앞에서 시위하는 미국작가조합(WGA)

 
이번 파업의 큰 축은 역시 인공지능(AI)이다. 대화형 AI가 글을 자동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불거진 인간(작가)과 AI 간의 갈등과 충돌이다. 미국작가조합은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이 속한 영화제작자동맹(AMPTP)과의 임금 교섭 결렬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제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작가들이 쓴 대본에서 새로운 대본을 임의로 만들어 내거나 AI를 이용해 만들어낸 대본을 작가들에게 수정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파업의 주된 쟁점에는 “AI나 유사 기술을 사용해 생산된 자료의 사용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일부 야간 TV 토크쇼 등 주요 프로그램 방영이 중단되거나 작품 집필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 쇼)을 비롯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등 심야 토크쇼 제작이 중단됐다. 또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를 포함해 워너브라더스 제작 ‘왕좌의 게임’ 속편 등 프로그램 집필이 중단돼 방영이 연기됐다.

제작사들은 AI를 최대한 활용해서 작가를 줄이거나 감원해서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NBC 드라마 ‘법과 질서’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 작가 워런 레이트는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작가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AI를 사용해 제작하는 게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AI가 할 수 있는 것은 왜곡된 작품을 토해낼 우려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열린 시리즈물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 시사회에서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작가들이 하루빨리 마땅히 받아야 할 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에 이어 일본 연예계도 “AI로부터 직업을 보호해 달라”면서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것을 요구했다. 지난 8일 일본 배우, 음악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 연예종사자협회는 도쿄에서 AI로부터 예술가들의 권리와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AI가 연예계 및 예술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연예종사자협회는 출연자의 외모, 목소리, 동작 등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보호하는 법적 조치를 요구하는 성명을 정부에 제출했다. 또한 이 성명에는 AI가 콘텐츠를 생성할 때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했는지를 공개하고, 원작자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의 파업은 할리우드 세트제작 업체와 의상제작실 등 관련 업계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7000여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힌 디즈니를 비롯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도 수천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NBC유니버설도 광고시장 위축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07년 파업 당시 로스앤젤레스는 21억달러(약 2조766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일자리 소멸은 현재진행형이다.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가 등장한 지 겨우 6개월인데도, 전문가와 언론에서는 대규모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AI가 일자리 3억 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5년 안에 업무지원 부서 직원 2만6000명 중 30%가 AI와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전체 일자리의 최대 4분의 1이 AI를 바탕으로 한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행정과 법률 분야에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 행정 업무의 46%, 법률 업무의 44%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대신 새로운 직종이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80년간 늘어난 일자리의 85% 이상이 신기술 중심의 새로운 직종에서 나온 것처럼, AI의 발전으로 기존과는 다른 일자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는 여러 직업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적인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뉴스 보도에서 ‘기상예보’ ‘스포츠 뉴스’ ‘증권 정보’ 등은 AI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도 방송사의 뉴스 진행에 가상모델 ‘사나’와 러시아 방송사 일기예보의 가상모델 ‘야나’ 등은 실제 인간과 구별이 안 될 정도이다. 

챗GPT에 “AI가 발전한다고 해도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하고 질문하니 10초도 안되어 답이 나왔다.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략)

새로운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작성하는 능력은 아직 AI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AI는 기자의 역할을 보조할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기술적 제약이 존재한다.”고 했다. 

지난 3월 29일, GPT-4를 넘어서는 고강도 AI의 연구·개발 작업을 6개월간 중지하자는 공개 서한이 발표되었고, 단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참 서명했다. AI 연구와 개발을 선도하는 학자와 이와 관련해서 가장 정확한 지식과 많은 고민을 축적한 인재들이다. 

일자리를 놓고 AI와 인간의 갈등이 본격화 된 시점에서 AI의 연구·개발 작업을 당분간 중지하자는 공개 서한의 필요성과 서한에 담긴 호소문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 볼 때다.

 


최충웅(언론학 박사) 주요약력 
ㅇ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ㅇ 경남대 석좌교수
ㅇ YTN 매체비평 고정 출연
ㅇ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ㅇ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ㅇ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ㅇ 방송통신학회 수석 부회장
ㅇ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ㅇ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ㅇ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