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약성경 욥기의 결론부라 할 수 있는 38~41장에서 쉼 없이 욥에게 질문하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욥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같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욥에게 허리띠를 꽉 묶고 이 질문에 답해 보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께서 ‘나는 이만큼이나 대단하고 너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하니 조용히 입 닫고 있으라’는 뜻에서 욥에게 질문하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말 그게 목적이었다면 굳이 하나님께서 직접 등판하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분명 욥 앞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위엄은 크고 놀랍고 두려운 것이었다. 특히 하나님은 폭풍우 가운데 욥에게 나타나셨다. 폭풍우는 하늘 높이 솟구치는 광풍을 말한다. 이 광풍이 바다에 불면 거센 파도가 일어난다. 시편 중 한 대목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시인은 광풍을 불게 하셔서 배에 탄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시는 분도, 그 광풍을 잠잠케 하시어 배를 항구로 인도하시는 분도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한다. 바로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기이한 일’이라고 불렀다.(시107:23~31)
욥도 하나님의 폭풍우 앞에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욥은 자신이 당하는 기이한 고난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인식 세계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이었기에 하나님이 뭔가 잘못하신다고 계속 따져 묻기까지 했다.
그러나 욥 앞에 나타나신 하나님은 폭풍우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해 있다는 걸 보여주신다. 폭풍우에 넘실대는 바다 또한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또한 하나님이 그 거친 바다를 마치 아기처럼 다루신다는 사실도 함께 일깨우신다. 인생이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하나님의 경영과 통제 가운데 일어난다.
하나님은 욥의 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눈을 열어주시기 위해 나타나셨다. 그리고 ‘상선악벌’(선한 사람은 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의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하나님의 기이한 세상 창조와 경영 방식에 욥이 눈뜰 수 있도록 수많은 질문을 쏟아 놓으시며 그를 깨우치신다. 이 기이한 하나님의 일들은 욥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던져지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삶에 균열을 일으키고 새로운 세계로 시야를 연다.
앞선 시편에서 시인은 깊은 바다 가운데에서 광풍이 일으키는 기이한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사랑을 발견한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지켜보고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깨닫는 것이 지혜라고 또한 말한다.(시107:31,43)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세계,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세상 경영 앞에서 사람이 깨달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인자하심이며 이를 통해 하나님을 찬송하게 된다는 시인의 고백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결정적으로 행하신 기이한 일, 사람을 향한 그분의 기이한 사랑이다. 죄인들을 대신하여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사랑만큼 하나님의 기이한 일은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사람의 지혜로는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기이한 일이며 놀라운 자비와 사랑이다.
하나님은 욥을, 그리고 우리를 하나님의 기이한 일로 부르시고 거기에 감춰진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사랑을 발견하게 하신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 기이한 하나님의 사랑과 인자하심 앞에 설 때 우리는 세상을 다 이해할 수 없고 우리에게 벌어진 일들이 다 설명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언제나 선하다고 고백하며 주님을 찬양할 수 있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