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 조장(助長)에서 소통으로
갈등은 칡(葛)과 등나무(藤)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칡과 등나무는 각자 존재할 때는 괜찮은 의미와 쓰임새를 갖고 있으나 서로 엉키면 대책 불능이다. 이른바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장(助長)이란 말은 “일이나 경향이 더 심해지도록 도움”으로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말, 곧 ‘조장(助長)’이라는 말이 이 고사(古史)에서 나왔다.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 고사를 들려주었다.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맡은 일을 잊어버리거나 포기해서도 안 되겠지만, 섣부르게 조장(助長)해서도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이 이야기는 호연지기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조장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감당하는 것이 모두에 해당하는 정말로 중요한 가르침이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에 성격이 급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이른 봄부터 밭에 나와 땅을 갈고, 씨도 뿌리며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소원했다. 그런데 매일 같이 나와서 밭을 봐도 곡식 싹이 잘 자라는 것 같지 않았다. 농부는 애타는 마음에 싹이 빨리 자라도록 싹 한 포기를 잡아당겼는데, 당연히 싹의 키가 제법 커 보였다.
그러자 농부는 밭의 모든 싹을 다 잡아당기고는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당당히 싹이 자라도록 도운 일(助長)을 말했다고 하였다. 아들이 밭에 나가 확인을 해 보니 모든 싹은 이미 다 말라버렸다고 한다.
이젠 그야말로 갈등의 전성시대다.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은 물론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 집단 안에서도 각종 이해 득실로 갈등한다. 아니 이유 없이 혐오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갈라 치기 행동으로 갈등과 불신을 조장이 너무 심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더욱 그렇다. 갈등은 피할 수도 없거니와, 피하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같은 사람끼리 만 쑥덕거리면 갈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헐뜯기와 뒷담화가 성행하고, 헛소문과 유언비어가 기승을 부리며, 흑백논리와 편 가르기가 활개 친다. 그럴수록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
가족 구성원 간의 말다툼으로부터 층간 소음, 남녀의 갈등, 전쟁과 같은 국제적인 분쟁들도 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되는 것을 화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화해란 갈등과 다툼을 그치고 서로 나쁜 감정을 푸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제 각종 분쟁과 갈등의 상황들이 회복되어야 한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정치 지도자의 역량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imilian Carl Emil Weber 1864년 4월 21일 출생)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정치인에게 열정, 책임감,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상은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 보수와 진보, 이상과 현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한다. 그럴수록 균형 잡힌 말이 필요하고, 그 값어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도자의 역량은 무엇인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갈등의 정치를 종식하고 사회의 안정과 평안을 되찾기 위해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 이들의 수작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냉철한 이성을 갖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갈등의 정치는 하루 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불순한 세법으로 대한민국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는 나라 망치는 국민 배신 행위다.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당장 멈추어야 한다. 세대와 계층과 지역을 통틀어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갈등과 분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함께 모아나갔으면 좋겠다. 사회적 갈등을 풀고 국민 통합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갈등이 아니라 소통이다.
[이인혁시인]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