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웅의 시론] 철근 빼먹는 악덕업자 철저히 척결해야

[최충웅의 시론] 철근 빼먹는 악덕업자 철저히 척결해야

문형봉 2023-08-07 (월) 22:05 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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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충     웅  교수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불렀던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다른 아파트에서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LH가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점검한 결과 15개 단지(16.5%) 지하 주차장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이 드러났다. 철근을 빠트린 15개 단지 1만1168가구 중 임대아파트가 8300가구로 74%에 달한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철근을 쓰지 않고 빼먹은 것이다. 이 구조는 지하 주차장을 넓히기 위해 2017년부터 대규모 고가 아파트 위주로 보편화됐다. 지난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아이파크와 1995년 무너진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15개 단지 가운데 5개는 이미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 검단 아파트와 같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 입주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철근이 빠진 과정도 검단아파트와 흡사하고, 10개 단지는 설계 단계에서 철근이 누락됐고, 5개 단지는 건설사가 시공 과정에서 빠뜨렸다고 한다.

검단아파트의 경우 설계에서 철근이 절반 누락되고 시공 과정에서 또다시 절반이 사라졌는데 감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에 확인된 15개 단지 역시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공사 중인 경기도의 한 단지는 보강 철근 154개 전부를, 입주를 마친 충북의 한 단지는 123개 중 101개를 빼먹었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거나 짓고 있는 민간 아파트 약 300개 단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철저히 조사해서 가려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지난 3년간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 민원이 41만건이 넘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LH 출신 영입으로 재취업한 설계·감리·시공업체에서 그동안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의 전관 특혜로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면서 감사원에 감사까지 청구했다. 국토부가 공개한 15개 단지 관련 업체 명단을 보면 전관 업체뿐 아니라 LH가 직접 감리를 맡은 곳도 5곳이나 된다.
  
실제로 2015~2020년 사이 LH가 발주한 설계용역 수의계약 537건 중 297건을 LH 출신을 영입한 47개 업체가 수주했다.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이 공공사업 수주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왔고 LH가 이들 업체의 부실 설계나 부실 감리를 방치해 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LH 이권 카르텔 구조를 밝혀내야 한다.

그동안 부실공사로 인한 참사의 악몽이 되살아 나 소름이 끼친다. 1970년 4월 마포구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33명이 사망했다. 이 아파트는 조사 결과 철근 70개를 넣어야 할 기둥에 5개밖에 안 넣은 것으로 드러났고, 불과 준공 4개월 만에 무너졌다. 1994년 시공사 부실공사로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이어 1995년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와 충격을 줬다. 

이 모두가 부실 설계와 시공, 무리한 증축과 불법 확장, 인허가 관청의 부정부패, 건설업계의 비리, 경영진의 안일한 대응 등 총체적 과실의 결정판으로서 한국인에게는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은 참사다. 불과 30년이 채 안된 시점에 이권 카르텔과 부실공사의 잇따른 참사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일이다.  

한국은 국민의 약 53%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라다.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건설기술 경쟁력도 6~7위를 자랑하는 국가에서 이런 후진국형 부실 공사가 만연할 수 있는지 부끄러운 노릇이다. 특히 시공 능력 5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 안전과 품질에 대한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전국의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통해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 공무원·업체가 유착해 이권을 주고받는 카르텔 구조를 깨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모든 아파트 공사장과 신축 건물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부정·비리를 발견하는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엄벌해야 한다. 인허가 비리, 입찰 담합, 전관 특혜 등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고, 불법 하도급 등의 낡은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부실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법안이 21대 국회 들어 13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휴면상태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6개 법안은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잇달아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그러니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속히 발주자의 감리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산업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할 때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실 공사는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나 마찬가지다. 특히 아파트 부실 공사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대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 징벌적인 배상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최충웅 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TV제작국장·총국장·정책실장·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