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교수 칼럼] 수어(手語)통역사 전성시대

[전대열 교수 칼럼] 수어(手語)통역사 전성시대

문형봉 2020-08-25 (화) 11:35 4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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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한참 오래 전에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풍자영화가 나와 화제를 던졌다. 전성시대라는 단어가 패러디되어 여기저기 아무데나 붙여져 그야말로 전성시대의 전성시대가 되기도 했다. 전성시대라는 말의 의미는 좋은 뜻으로 해석하면 한없이 좋은 의미로 쓰일 수 있겠지만 자칫 비꼬거나 나쁜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편할 듯싶기도 하다.

사회적 흐름을 보면 어떤 사람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하여 의인 대접을 받는다고 하면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왜 그러느냐 하는 문제는 따질 필요도 없고 그 원인을 구태여 파헤쳐볼 수도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세상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넘친다. 반면에 연쇄살인 같은 범죄가 발생하면 이를 모방하는 사건이 의외로 많아져 경찰당국이 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상사에 의한 성추행 같은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얼추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묵과하고 지나갔던 일인데 요즘에는 미투라는 이름으로 너도나도 거들고 나서는 통에 세상이 시끄럽다.


이런 일들을 꼬집어 ‘전성시대’에 넣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러한 전성시대는 가능한 한없어져야 할 추악성의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수어통역사 전성시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청각장애인을 위한 당국의 노력이 돋보여서다. 청각장애인은 전국적으로 파악된 숫자만도 30만이 넘는다. 청각장애인 중에는 난청인(難聽人)들이 있어 농아(聾啞)장애인들도 있지만 단순 청각장애인과는 구별된다. 어느 누구나 나이가 많아지면 난청을 경험하게 되고 보청기를 사용하게 되지만 그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것부터 비교적 싼 것까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보청기 비용을 대폭 지원해주고 있어 노인복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천적인 청각장애인이 아닌 후천적 장애인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잘 듣지 못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목소리도 커진다. 마치 싸우는 사람 같다. 사회생활에 불편한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게다가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학교생활이나 일반 교우활동에도 지장이 많다. 농아장애까지 겹치면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수화언어(手話言語)를 사용한다.


나는 긴급조치로 수감되어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대학생들로부터 수화를 배운 일이 있다. 수감자들끼리 교도관 감시를 피해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배운 수화는 40여년이 지난 지금 모두 잊어버렸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 배운 사람도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단어와 발음이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수어 역시 일반인들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언어여서 안 쓰니까 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교도소에서 배운 수어는 순 한글을 손가락으로 모음과 자음을 엮어 상대가 유심히 눈 여겨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글수어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 수어통역이 전 국민이 보고 있는 TV를 통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것은 순전히 코로나19 때문이다. 정부에서 코로나 브리핑을 하면서 처음에는 질병관리 본부장인 정은경의 수어통역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점점 시간이 흘러가면서 코로나는 더 극성을 부리고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면서 지방마다 관계자들의 코로나 브리핑이 필요했다. 통역사는 참으로 열성을 다하여 손과 몸을 바쳤다. 얼굴 표정과 입술 움직임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올바른 통역을 위해서 애쓰는지 알 것 같다.


현재 수어통역사는 전국적으로 1800명 정도라고 한다. 유일하게 일본여성 사오리가 이 라이센스를 획득했다고 하는데 TV프로에 출연하여 활동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열성이다. 수어통역사들이 평소에는 강의나 세미나 등에서 활동을 펼 것으로 짐작되지만 많은 수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수어통역사는 아마도 자신이 직접적인 청각장애인은 아닐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들의 언어를 통역하는 기쁨은 남다를 것이다. 코로나19를 설명하는 당국자들의 전문적인 용어까지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남다른 공부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 코로나19는 재 확산의 위험선상까지 올라와 있다. 신천지교회가 대구에서 진원지처럼 매도되더니 이번에는 반정부 집회를 주관하는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가 타킷이 되었다. 무슨 사고가 터지면 당국에서는 언제나 희생양을 찾는다. 당국의 잘못은 아예 입 밖에도 낼 수 없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했을 때 중국에서의 입국금지부터 시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누구를 탓하는 분위기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모든 국민은 정부가 제시하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서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감염병 창궐을 막는 것은 국민과 정부가 다 같이 협조하는데서 찾아야 한다.

문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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