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맺는 계절에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세계적 대유행이 된 지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2020년의 한 해 절반을 코로나바이러스에게 빼앗겼는데 언제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지 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9월을 맞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암울한 현실에서 오는 불안, 사람과의 접촉점을 잃어버린 채 살아야 하는 쓸쓸함, 바뀐 일상으로 인한 어수선함을 핑계로 살다 보니 속절없이 흘려보낸 시간만 원망스럽다. 부질없는 원망에 아랑곳하지 않는 세월은 봄여름을 생략한 채 우리를 ‘무르익음의 계절’ 가을로 안내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참 멋있다. 가을에는 하늘이 높아서인지 뭉게구름이 만들어내는 하늘도 일품이다.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닌가 한다. 울긋불긋 단풍들이 온 세상에 수채화같이 펼쳐지는 가을, 수확과 풍요의 계절이다. 깊어가는 가을 단풍 색깔만큼이나 다채로운 인생(人生) 풍경들이 있다. 이 땅에 여행하듯 왔다가 의연하게 살다가는 자연의 순리 위에 우리는 살아간다.
랠프 월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성공이란” 시(詩)에서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참으로 감동적인 글이다. 이 땅에 태어나 사는 한 평생 사는 동안 그래도 무엇인가 좋은 것을 남기고 가야 하지 않겠는 가.
가을이 좋은 것은 식물들이 열매를 맺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물론 봄, 여름에 열매 맺는 식물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가을에 오곡백과가 무르익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뭔가 열매를 맺어 세상에 남기는 것이다.
저 열매들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나름대로 많은 고충과 힘든 시간들도 보냈을 것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아름답고 화려한 옷들을 벗고 가냘픈 몸매로 봄의 전령을 기다렸을 것이고, 그리고 봄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른 꽃망울들을 밀어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들은 또 다시 다른 이를 위하여 자기들 나름대로의 열매들을 맺었을 것이다.
결실은 나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결실이 있어야 한다. 잘 했다 칭찬 받을 수 있는 결실이 있어야 한다.
황금 들판을 채운 곡식이 무르익고, 각양 과일이 무르익듯이 우리의 인생도 무르익을 때다.
곡식이 무르익으면 여물고, 무르익은 과일이 단맛을 머금는다면, 사람은 무르익을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을 통해 무르익음의 지혜를 새겼다. 겸손은 나를 낮추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높이는 삶의 태도다. 그러기에 겸손한 사람의 마음은 늘 너그럽다. 다른 사람을 높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쓰라린 세월을 지나며 쌓인 겸손과 너그러움을 무르익음의 증거로 내세울 수 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뒤바뀐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우리를 무르익게 한 소중한 시간으로 추억될 것이다.
세상의 척박함을 견뎌내고 무르익은 곡식과 과일이 풍성한 식탁을 채우듯, 모진 세월을 지나 무르익은 인생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미래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한 선한 일들로 열매를 맺자. 그리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하늘은 푸르고 완연한 가을날에 우리는 코르나19와 열심히 싸워 이겨야 한다.
성경 시편 92:14-15에 “그들은 늙어서도 여전히 열매를 맺으며 기름지고 흥왕하리니 이것은 주께서 곧바르심을 보이고자 함이로다. 그분은 나의 반석이시니 그분 안에는 불의가 전혀 없도다.” 나이가 들어도 영육의 성장과 활동이 멈추지 않고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가지를 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세상에 의로우심을 드러낸다는 말씀이 마음에 큰 교훈을 준다.
[이인혁 교수]
* 미국뉴멕시코한인학교 교장
* 포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장
* 서울Contemporary Jazz Orchestra 단장
* 한국아리랑어린이합창단 단장
현 재
* 월간 한국시 . 월간 문학세계 詩 부분 신인문학상
* 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 (Ph.D in Religion) 명예 철학박사
* 한국신학교수협의회 대표회장
* 한국문단문인협회 대표회장
* 재단법인 평화의길국제재단(NGO) 법인대표/이사장
* 싱글미션국제선교회 한국대표
(Single Mission International Evangelical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