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혁교수 시론]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 아니다.

[이인혁교수 시론]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 아니다.

이현 2020-09-15 (화) 16:05 4년전  

[이인혁시인 시론]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 아니다. 



초록
(草綠)은 동색(同色)이 아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면 메말랐던 땅속 저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온갖 생명을 들깨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초록은 깊어만 간다. 초록이 물드는 계절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초록색은 육체적, 정신적 균형을 맞춰 고요하고 평안한 상태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하지만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무의식 속에 각인된 자연 색채에 대한 그리움인 동시에 자연 색채로부터 안정을 얻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초록색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가장 맑고 깨끗한 초록으로 세상이 물드는 계절에 질긴 인연들로 들판 만들더니 초록 물결은 일렁이며 춤을 춘다. 이 초록색 잎들이 모여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으니 풀들은 참으로 멋진 존재이다. 우리의 삶에도 이 초록빛 마음이 깃들어 살면서 세상을 푸르게 변화시킨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록이란 단어는 풀()과 녹색()을 합한 한자어이다. “초록은 동색(同色)이다.”라는 말은 풀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라는 뜻으로, 서로 처지나 부류가 같은 사람들끼리 함께 함을 이르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같은 사람들끼리 하나가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명칭은 다르나 유사한 표현으로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과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풀과 녹색은 같은 색으로 흔히 같은 일을 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로 이해를 한다. 유유상종이니 성격이나 성품이 닮았다면 서로 어울리기가 금상첨화 일 것이다. 한마디로 초록은 동색(同色)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초록은 동색(草綠同色)”이라 풀색이나 녹색이나 거기서 거기 서로 비슷해서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풀색은 풀색, 녹색은 녹색으로 서로 나누어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 아니다. 그래서 각자가 제 길로 가는 것이리라. 서로 비슷해 보여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 비슷한 성향이나 성품, 정신, 생각, 소양, 재능, 기술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여 더 좋은 창조물을 완성 할 수 있는 것이다.

 

숲의 색과 들판의 색이 서로 같은 듯 대동소이(大同小異)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각 다른 것들이 존재하듯이 우리가 주장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다르다. 그러나 언제든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숲과 들판의 초록은 우리 눈과 정신, 마음의 휴식을 주는 공간이다. 숲이 갖은 열매로 풍성하게 해준다면, 들판은 갖은 곡식으로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누구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초록끼리만 어울리고 이해하고 행동 모습은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 중에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 정치 집단이다.

그들의 초록 집단은 썩은 냄새가 진동해도 크게 괘념치 않으며 자신들 초록집단의 행동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변명도 알아서 해주는 의리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은 더 끈끈하다. 모든 기준이 국민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속한 초록 집단만으로 국한 된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초록 집단 안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이해가 되고 용서되며 그 외의 집단에 대해서는 공격력을 보이므로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실 절대 권력을 위한 과잉 충성은 결국 수많은 초록 집단을 만들어내고 또 그 집단은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조병화 시인의 나하나 꽃이 되어라는 시()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매우 크다.

 

나하나 꽃이 되어

 

나하나 꽃이 되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하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고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병화시인 1921~2003)

 

[이인혁시인 시론]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 아니다.

 

초원에 풀과 녹색만 존재한다면 과연 아름다울까.  

끝도 없이 풀만 존재하고 녹색만 펼쳐져 있다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쉽게 식상해 할 것이다. 초록은 숨을 쉬는 삶의 색이고, 마음이 머무는 빛깔이고 내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다.

 

초록이 빛을 발할 때는 꽃을 떠받치고 있을 때이다. 풀과 꽃이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보완하며 서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꽃 한 송이로 승화한다.

현실에서도 초록 집단이 자신들의 초록만 고집할 일이 아니고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들어 내야 진정으로 아름다운 동산이요 꽃밭의 존재 가치가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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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시인]

 

* 미국뉴멕시코한인학교 교장

* 월간 한국시 . 월간 문학세계 부분 신인문학상

* 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 (Ph.D in Religion) 명예 철학박사

 

현 재

 

* 한국문단문인협회 대표회장

* 재단법인 평화의길국제재단(NGO) 법인대표/이사장

* 싱글미션국제선교회 한국대표

(Single Mission International Evangelical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