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소리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속담에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약은 달기 보다는 쓴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약효가 있는 약의 원재료가 쓴 맛을 내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몇일 전에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폐하, 소인은~”이라고 글을 시작하며,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으로 현재 정부 지도자들의 올바른 지도력과 부동산 정책의 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청원인은 “국토가 둘로 갈라졌을 지언 정 민심은 하나로 모아야 마땅 하온데 정책의 이중성과 모순성으로 온 나라의 땅과 사람이 갈갈 이 찢겨져 아우성치니 이 무슨 하늘의 변고이옵니까.?”라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 갈 때 쓴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쓴 소리는 양심의 소리요, 진리의 소리요, 가족의 소리요, 선생의 소리요, 사랑하는 친구들의 소리요, 이웃의 소리이다. 쓴 소리를 잘 들어 내 삶에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 하겠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이 국민의 쓴 소리를 듣지 않고 국민 또한 지도자의 쓴 소리를 듣지 않는 다면 모두가 어리석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구중궁궐에 머물지 않겠다는 건 대통령의 초심이었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하며 “대통령과 국민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대통령의 경호 문제를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어떠하든 요즘의 분위기는 어떠한 가. “공감”보다 “정치논리”가 앞서고 국민을 향한 포용력은 떨어져 대통령과 국민감정과의 괴리가 생기고 있다.
조선의 명재상이요, 청백리(淸白吏) 정승(政丞)인 황희는 청렴하고 깨끗한 성품과 함께 너그럽고 인자하며 쓴 소리하기로 널리 알려졌다. 황희는 철저히 백성을 위하는 행정가이며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는 것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고, 그 바탕에는 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
황희는 법에 기초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에 흔들림이 없었다. 일관성 없이 정치인들 편의대로 정책을 바꾸면 혼란이 가중되어 백성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정치인들의 독단적인 결정이 빈번해져서 결국 억울한 백성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황희는 “임금이 백성들로부터 믿음을 얻으면 나라를 다스리기가 쉽고 믿음을 잃으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듯이 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희 정승은 “백성이 오직 나라의 근본이요, 근본이 튼튼하여야 나라가 편안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국가의 정책이라는 것도 백성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쩌다 아이들에게 충고나 교훈, 필요한 말을 하려면 들으려는 자세가 돼있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본다. 교육이란 듣고, 보고, 따라하는 형태를 통해 이뤄진다고 할 때 듣지 않으려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쓴 소리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마음이나 관계도 원만하게 이루어 질 때 그 어떤 소리도 “약”으로 알고 받게 될 것이다.
성경에 “지혜 있는 자는 듣고 학식이 더할 것이요 명철한 자는 모략을 얻을 것이라 잠언과 비유와 지혜 있는 자의 말과 그 오묘한 말을 깨달으리라”(잠 1:5-6)고 하였다.
귀를 열고 쓴 소리를 잘 듣는 성품과 실천이 이루어질 때 이 나라와 사회와 정치를 위기에서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인혁 교수]
* 미국뉴멕시코한인학교 교장
* 월간 한국시 . 월간 문학세계 詩 부분 신인문학상
* 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 (Ph.D in Religion) 명예 철학박사
현 재
* 한국신학교수협의회 대표회장
* 한국문단문인협회 대표회장
* 재단법인 평화의길국제재단(NGO) 법인대표/이사장
* 싱글미션국제선교회 한국대표
(Single Mission International Evangelical Assoc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