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가 주는 교훈
요즘 새로운 신조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말이다. 사전적인 뜻은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말한다.
처음에 이 말은 경제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사태가 시작되면서 이 뉴노멀이라는 말이 경제 분야를 넘어서 우리의 삶 전체의 기준을 바꾸어놓는다는 뜻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 온라인회의, 온라인수업, 온라인예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뉴노멀이라는 말 안에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 새로운 기준 형성을 위한 모색을 하게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우리는 왜 코로나19사태로 맞게 되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바이러스가 어떻게 발생됐는지가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박쥐에 서식하던 바이러스가 중간숙주를 거쳐서 인간에게 전염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박쥐에 서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됐을까? 물론 박쥐가 인간 근처에 나타나서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것은 아니다. 인간이 박쥐의 서식처 근처를 침입했고, 박쥐와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박쥐 안에 서식하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코로나계열의 바이러스인 에볼라바이러스의 예를 살펴보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에볼라바이러스는 1970년대에 아프리카 열대우림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에 중앙아프리카지역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 되었다. 그 이유는 금광채굴과 열대우림지역의 개간과정에서 사람들이 박쥐로부터 감염된 중간숙주 야생 침팬지를 사냥하면서 감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다 2014년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다시 이 에볼라바이러스가 크게 확산 되었다. 그 원인은 인간의 벌목으로 황폐해 진 기니에 수년간 가뭄이 계속되었고, 인간이 먹을 것이 없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중에 박쥐도 잡아먹으면서 감염이 됐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코로나19바이러스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전염되었다고 추정된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주범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자기만 잘 살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자연을 파괴했기 때문인 것이다. 야생동물을 사냥하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학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의 욕심에 찬 의도적 행동들이 인간이 예상치 못한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 것이다. 자기들만을 생각하며 저지른 일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큰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원인에 대한 유력한 설명 가운데 하나가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 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장에서 누군가가 야생 박쥐를 거래하고 도축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각종 야생동물을 죽이고 판매하면서 여기저기 그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게 됐을 것이다. 급기야 우한이라는 도시로 퍼져나갔고, 그것이 전 세계로 확산 되었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사태를 일으키게 된 것이다. 물론 사람 때문 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인간이 저지른 이기적인 행동들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박쥐가 우한시장까지 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과학에서는 인간을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라고 부른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지혜 있는 인간’이다.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다른 결정적인 차이는 지혜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간은 역사적으로 세상에 위기를 지혜로 잘 극복했을 뿐 아니라 가장 번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보화시대에 들어와서 인간을 지칭하는 새로운 말이 등장했다. 바로 ‘호모서치엔스’(homo-searchens)라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의 뜻은 ‘검색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오늘날 우리는 항상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하여 검색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마치 물이 바다를 뒤덮은 것처럼 정보의 바다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검색만 하면 손쉽게 원하는 정보는 물론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SNS를 통해 소통하는 소위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실력을 가지고 지식만 아니라 사진, 음악, 동영상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에서 정보의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과거보다 삶의 질이 나아졌을까? 겉으로 볼 때 삶의 모양은 나아져 보인다. 과거보다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풍요로워지긴 했다. 그러나 과거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가정이 파괴되는 일이 많아졌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해서 인간은 지난 날의 과오와 탐욕을 겸손히 인정하고 인류의 생활 방식과 생존의식을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에 코로나19가 보여준 세계의 민낯은 여전하다.
어쨌든 코로나19 때문에 전쟁, 전투가 중지되었다. 기업들이 가격 낮추고,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편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오염도가 낮아지고 공기가 깨끗해졌다. 가족들이 서로를 알게 되었고 깨지고 병든 서로의 관계를 돌아 볼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의 약함을 깨달았다. 평등성을 체험했다.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은 끝이거나 새로운 시작이다. 코로나19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것은 분명히 우리 인간의 결정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앞에서 "지구공동체와 인류문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글이 인터넷에 떠돈다.
자연과 사회 정화의 한계를 무시한 인간이 자연에 대한 행위는 탐욕이며 죄악이다.
과연 인간은 코로나19를 비롯한 많은 미생물들의 이상 번식과 변종을 막을 수 있는가? 빼앗기 위해서 전쟁, 폭력, 약탈, 방화, 파괴를 일삼는 물질 문명이 75억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가? 화학무기, 생화학무기로 생명체들을 괴롭히면서 지구에 닥쳐오는 미생물과 대자연의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인종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세상적인 욕구와 이기심을 버리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사는 이 지구,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평화와 행복한 삶으로 나아 갈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생활 습관과 가치관,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 지구적인 위기요, 인류의 생존의 위기요, 그 여파로 빚어진 우리의 공동체의 위기요, 나아가 우리 각자의 삶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호모서치엔스’(homo-searchens)들의 과제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오늘에 인간의 난제를 풀고, 우리가 맞고 있는 이 위기를 잘 극복 할 수 있도록 지구촌 모두가 힘써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인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