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민심(世上民心)

세상민심(世上民心)

이현 2020-01-24 (금) 14:35 4년전  


세상민심(世上民心)



한국의 하늘은 어느 나라에 비교 할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최상급의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다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요즘 세상민심(世上民心)은 어떤 가? 세상민심이란 민심(民心) 민의(民意)의 완화된 표현이 다. 그리고 <>을 백성으로 하면 민의(民意)백성의 뜻이 될 것이다.

 

1392년 건국한 조선은 성리학(性理學)을 정치이념으로 한 양반 관료사회였으나, 16세기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丙子胡亂)등 국난을 겪으면서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민심을 파악하지 못했고 국가 정세를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임진왜란(1592) 훨씬 전부터 조선은 안보에 대해서도, 백성의 먹고 사는 일에도 등한시 하며 제대로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 당시 조선의 국내외 정세도 어두웠다. 일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대응책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논란만 가중되며 실질적인 대비를 하지 못하였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선에는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군대다운 군대가 없었다. 조선 군대는 전투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왜군을 보기가 무섭게 도망쳤다. 수도인 한양이 함락되는 데 20일도 걸리지 않았고 불과 두 달 만에 전국 대부분이 일본군 수중에 들어갔다. 왕과 대신들은 국경지방인 의주까지 피난을 갔다. 

 

그러나 조선에는 불패의 신화 이순신 장군이 있었다. 그의 유비무환 정신과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임전태세, 의병들의 호국정신이 있었기에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은 임진왜란의 교훈을 망각하고 국정 대비를 소홀히 하였고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었다. 망국(亡國)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근대 중국의 대표적 입헌파 지식인 양계초(1873~1929)는 천재적 선전가 내지는 뛰어난 저널리스트로 “20세기로의 전환점에서 그는 약소국들이 몰락한 원인을 강대국인 제국주의 열강이 아니라 약소국 내부(內部)에서 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에 강력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성과 지도자들의 책임의식이 관건이라고 말 하였다.

옛말에 산이 무너지려면 아래에서 먼저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려면 사람이 먼저 피폐해진다.(山將崩者 下先隳 國將衰者 人先弊)”라고 했다.

 

황희(黃喜)하면 맹사성과 함께 청백리(淸白吏)의 대명사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관료생활 중 많은 치적과 일화를 남겼다. 특히 세종대왕 치세기간 중 신뢰는 대단하다. 18년간 영의정으로 재임하면서 현명함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가장 신임 받는 재상의 한사람으로 손꼽힌다. 예고 없이 황희 정승의 집을 방문한 세종 임금이 그의 청빈한 삶에 감탄을 마지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일국의 정승이 집안에서 멍석을 깔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먹던 밥상에도 누런 보리밥과 된장, 고추밖에 없어서 임금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탁월한 경륜으로 국난을 극복한 지혜의 소유자로 그 밑바탕에 청렴과 근면으로 후일의 관료집단의 부정부패를 견제하는 데에도 적용되고 그 어려운 당파싸움 속에서도 큰 욕을 먹지 않고 대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옛 조선의 패망 원인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세상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국가 지도자들과 파당을 지어 몰려다니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 국가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세상민심은 국가 안보와 경제 살리기가 아니겠는 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의 탄탄함, 건전성도 아직은 멀었다고 자평(自評) 할 것이다. 아니 위험한 지경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 세상민심은 그야말로 나라 걱정을 지나, 한 숨소리만 들린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를 지나오며 큰 변화를 겪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사회 전반에 민주화의 꽃을 피웠다. 동시에 도시화와 핵가족화, 다문화 및 세계화와 같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서구식 가치관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한국 전통의 바람직한 가치관을 붕괴시켰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도 함께 파생시켰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고, 계층 간·세대 간 극도의 불신 현상이 야기되었으며 끔직한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병리현상들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온 가치관의 혼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국민이 가진 인성적 가치관은 일반적으로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가치관은 각 나라 생활 습관과 문화의 핵심을 이루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총체적인 위기라고 까지 여겨지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한국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빠져 뒤돌아 볼 여유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자기 자신과 가족들은 특권층, 용으로 살고 평민(平民)들은 개구리나 올챙이로 사는 나라를 만들려는 일부 몰지각한 지식층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이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북한 정권과 뭐가 다른 것인가?

옛날의 우리 조상들이 보람 있는 삶을 위하여 강하게 추구해 온 가치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가족 중심적 공동체이고, 둘째는 출세를 통한 가문의 명예이며, 셋째는 삼강오륜(三綱五倫) 등 도덕률이 가리키는 바를 따라서 사람의 도리를 지킴으로써 명예로운 깨끗한 삶을 갖는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인은 어떤 모습인가?

과연 한국인의 인성의 특징으로 빨리빨리, 끼리끼리 같은 특징들 그리고 말과 행위의 불일치는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이로 인한 위선(僞善)의 현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불신 풍조가 만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지나간 우리의 역사를 기반으로 세계인류가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도약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며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한국의 역동적 힘이 세계를 휩쓸고 나갈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바라기는 위정자들이 조금이라도 세상민심을 들여다보고 민의의 뜻을 져버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고조선부터 오늘날까지 반만 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며, 다양한 문화와 정서를 다듬고 꽃피워온 대한민국은 특별한 나라이다. 거기다 선천적으로 부지런한 국민성까지 타고났으니 어찌 우리의 미래가 밝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인혁 시인 (본지 편집국장)

 

[필자 주요약력]

 

월간 한국시 부문 신인문학상, 월간 문학세계 문학상

현재, 한국문단 문인협회 대표회장

재단법인 평화의 길 국제재단 법인대표/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