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친구(親舊)의 뜻은 친(親 친할 친), 구(舊 옛 구) 즉, “친하게(親) 예전부터(舊) 사귄 사람”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영국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상금을 내걸고 "친구"라는 말의 정의를 독자들에게 공모한 적이 있었다. 수천이나 되는 응모엽서 중 다음 것들이 선발되었다.
"기쁨은 곱해 주고 고통은 나눠 갖는 사람"
"우리의 침묵을 이해하는 사람"
"많은 동정이 쌓여서 옷을 입고 있는 것"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고 절대로 멈추지 않는 시계" 하지만 1등은 다음의 글이었다.
"친구란 온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다."
사실 어떤 사람을 친구로 만나는가에 따라 때로는 인생이 180도 바뀌는 일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자신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좋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자신 역시 다른 이에게 그런 친구이고 싶은 것이다.
옛말에 “세 명의 친구를 가지면 성공한 인생이다.”란 말이 있다.
그러나 살아보니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한 명도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은 친구(親舊), 일본은 도모다찌(友達), 중국은 펑여우(朋友)를 쓴다.
그런데 이 붕우(朋友)라는 뜻을 알아보면 “붕(朋)”은 봉황이 날 듯 새 떼가 함께 무리지어 나는 모습이며, “우(友)”는 서로 손(又)을 잡고 돕는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붕(朋)은 동문(同門) 수학한 벗이고, 우(友)는 동지(同志) 로서의 벗이다. 따라서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를 함께 하고 뜻을 같이한 벗을 ‘'붕우(朋友)'’라 한다.
예로부터 그 사람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그러나 친구라고 다 친구는 아니며, 또한 누구에게나 친구는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인디언들도 친구를 가리켜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 했다.
역시 친구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진짜이다. 들판에서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는 글귀처럼 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인간 세상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 라서 잘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가기 마련이다.
옛날에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고, 정승이 죽으면 텅텅 빈다”라는 말이 있다.
동양에는 가난 할 때의 참다운 친구라는 뜻의 “빈천지교(貧賤之交)란 말이 있다. 지금 같은 난세에는 특히나 마음을 툭 터놓고 지낼 친구가 그립다.
이게 《명심보감》 에서 말하는 “급난지붕(急難之朋)”이다.
“주식형제천개유 (酒食兄弟千個有)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 이는 ''술 먹고 밥 먹을 땐 형, 동생 하는 친구가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라는 뜻이다.
현재 나의 친구들이 주식형제 (酒食兄弟)인지 급난지붕(急難之朋)인지,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과연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완당(阮堂) 추사 김정희 (金正喜)의 이야기이다. 한때 잘나가던 추사가 멀고도 먼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렇게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소식을 전한 이가 있었는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이상적(李尙迪)이라는 선비다. 그는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 그 먼 제주도까지 부쳤다. 극도의 외로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추사는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이다.
세한도는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뜻의 작품이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也)”라는 《논어》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세계적 갑부인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Sam Walton)도 임종이 가까워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니 그에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며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결국 “내가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요즘 정치를 한다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중요한 사건이나 사안이 발생하면 국회의원들이 우후죽순처럼 관련 법안들을 내놓고 달려들지만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정당의 이익과 차후 선거를 위한 당리당략(黨利黨略)적인 입장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다. 서로 할퀴고 물어뜯는 보고 듣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이 모두가 정당의 목적이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당의 생존을 위해서 뛰어다닌다.
참으로 아쉬운 것은 나라를 위해서 서로 친구가 되어 마음을 같이 할 정치인들은 없는 것일까
정치인으로 지녀야 할 덕목은 겸양(謙讓)과 의리와 진실과 진정성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건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참된 친구의 정치인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함석헌선생(사회 운동가이며 종교사상가, 1901-1989)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라는 시(詩)에서 친구의 의미를 깊게 새겨보자.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萬里)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 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인혁 시인 (본지 편집국장)
[필자 주요약력]
월간 한국시 詩부문 신인문학상, 월간 문학세계 문학상
현재, 한국문단 문인협회 대표회장
재단법인 평화의 길 국제재단 법인대표/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