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혁 박사 칼럼] “버스 44번”의 교훈

[이인혁 박사 칼럼] “버스 44번”의 교훈

이현 2021-08-28 (토) 21:16 3년전  



중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칸과 베네치아를 비롯해 국제 영화제를 휩쓴 홍콩 단편영화 버스 44”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깊은 뜻을 헤아려 봐야 할 것이다. 강도 두 명이 시골길에서 44번 버스를 습격한다. 승객들 돈을 빼앗고 여성 기사를 성폭행하는데 도와주려고 나선 승객은 한 명뿐이었다. 

 

"다들 보고만 있을 건가요?"

 

청년은 강도에게 매를 맞고 다친 채 버스를 떠나보낸다. 얼마 안 가 버스는 절벽으로 추락을 했다. "승객들과 운전사, 전원 사망했다"

영화감독은 중국에서 꺼리는 숫자 4를 둘 겹쳐 버스번호를 붙였다. 방관하는 공동체가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 암시한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전체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갈 것인가.

마치 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 44”처럼 법이 무너지고 그 어떤 잘못된 힘이 지배하는 무질서를 용인한다면그 책임은 헌법의 최종 수호자 대통령과 함께 국민 모두 절벽으로 떨어져 죽고 마는 “44번 버스의 결말을 보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여성 운전기사가 강간을 당하고 버스에 오를 때 그녀는 남자들이 많이 타고 있는 승객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다짐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남자 중에 단 한 명의 남자만이 자신을 돕겠다고 차에서 내려 강도에게 덤볐을 뿐 나머지 승객들은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았는데, 단 한 명 자신을 도우려 했던 남자를 제외한 이 비겁하고 인간 같지 않은 것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생존자가 없이 모두 죽은 이야기의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영화는 중국의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왜 여성 운전기사는 중년 남자가 다시 버스를 타지 못하게 했을까, 어찌 보면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기도 하다. 여성 운전기사는 자살하면서 혼자 죽지 않았다. 버스를 절벽으로 몰아 수수방관한 사람들과 함께 죽었다. 중년 남자를 제외한 모든 승객에게 복수했다. “44번 버스의 승객들과 운전기사는 함께 가야 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함께 살려면 타인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 불의를 당하는 타인을 도와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머리로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했겠는가.

 

사자성어에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만 결국 공멸(共滅)하게 되는 운명 공동체라는 뜻으로 불교 경전인 아미타경(阿彌陀經)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에서 의미를 찾는다. 한 개의 머리는 자신의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먹었는데 이를 질투한 다른 머리가 화가 나서 독이 든 열매를 먹어버리고 결국은 두 개의 머리가 모두 죽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 하루하루 끌어나가는 일 자체가 참 힘들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코로나-19로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이라고 한다. 여름 무더위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경제적으로는 소상공인들이 장사가 안되어 어려움이 극심하다.

청년들의 절망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세대이고 각자의 몫을 감당하지 못해 허둥대거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끊이지 않는 테러와 난민, 자연재해 등으로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시국에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정치인들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분오열(四分五裂)하고 있다. 더구나 위정자들과 그 세력들은 북한에 무슨 잘못이 많이 있기에 북한 당국에 절절매고 북한에 물꼬를 트기에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모습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글쎄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운 전략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44번 버스에 탄 승객들처럼 대한민국이 절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한국 사회는 각자의 삶을 소유에 기반을 두고 갈수록 지쳐가면서도 그 누구도 불의(不義), 그 흐름과 맞서고자 하는 용기를 내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가? 극심한 물질 문명과 이기주의로 인해 지구와 인류의 위기를 만들었듯이, 나만 잘살고, 내 가족만 잘살고, 내 나라만 잘 사는 것이 결코 옳은 삶이 아니다. 이러다가 우리는 다 망하고 말 것이다.

 

이인혁박사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문단문인협회 대표

월간 한국시 부분 신인문학상, 월간 문학세계 문학상

() 평화의 길 국제재단 법인대표/이사장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