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영감의 교훈
모은다는 것보다 나눈다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애써 끌어모으는 것이 미덕일 때가 분명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8.15해방 정국 그리고 6.25 전쟁을 거치고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근검․절약이 삶의 도덕 가치였다. 농본국가요 1인당 국민소득이 몇 백 불일 때, 그리고 아무 대책 없이 자녀를 양산할 때는 먹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발전한 국가에서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스크루지 영감은 널리 알려져 있듯 구두쇠의 대명사로 악명 높았다. 이 영감의 생전 직업은 “무덤 파는 일꾼”이었다.
19세기 네델란드에서 실존했던 가브리엘 데 호프라는 사람을 실제 모델로 소설화한 것으로 이 인물은, 소설의 캐릭터답게 실생활에서도 돈에 매우 집착하는 수전노였고, 불평 많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천하의 술주정꾼, 잔소리꾼이었으며, 아이들에게도 수시로 손찌검을 행사한 정말 불쾌하고 끔찍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스크루지 영감은 뒤늦게나마 개과천선(改過遷善)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을까. 도저히 사람 구실을 못할 것 같은 그런 천하의 짠돌이 구두쇠가 말이다. 그렇다. 진실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에서 그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죽음을 전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누구나 이 굴레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 스크루지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둔 한 인간으로서 고뇌(苦惱)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도 필요하고 명예도 필요하고 권력도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필요함 때문에 남보다 더 가져야만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 욕망의 덫에 걸려 불행한 삶을 자초하다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곤 한다.
세상은 많은 것을 가져야만 다 능사는 아니다. 다만 자신의 그때그때 욕망을 조절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질을 바라보는 높이와 삶의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웰빙(well-being)이 아니다. 짐승들이나 가축들도 얼마든지 사람들처럼 충분히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그러나 어찌 인간이라 할 수가 있겠는가.
스크루지 영감은 바로 그 점을 알았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살아왔던 부끄럽던 지난날의 삶을 다 부질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참회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 모을 줄만 알았지 나눌 줄 모르는 현대판 스크루지 영감이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 너무나 많다. 늘 옆에서 협력하고 도와주고 헌신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스크루지 영감으로부터 인격적, 시간적, 경제적인 손해를 보는 일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오늘날에 자신이 스크루지 영감인지도 모르고 가장 도덕적이고 인간적이며 봉사 정신이 뛰어나다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위인들도 많이 있다. 현대판 스크루지 영감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스크루지 영감은 살아서 모든 유익한 것들을 빼앗아 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당하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글에서 돈과 명예 등 갈구했던 많은 것들이 공허하며 허망한 것임을 알게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으로 그 결론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대답을 했다. 21세기라는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이 말은 우리를 기억 저편에 누워있는 풀 위에 쏟아졌던 이슬 비와 햇빛과 별빛과 같은 아름다운 생각을 가져다준다.
섹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인생은 무대 위에 올린 배우이며 사람의 삶에 연극 같은 삶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지나간 일에 대해, 물질에 대해, 쓸모없는 일에 왜 그토록 연연하고, 집착하고 슬퍼하는가? 우리들의 인생을 보다 인생 답게 살아가려면 사랑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인도의 성자 간디는 “예수를 좋아하지만 그리스도인 들을 싫어합니다. 그들은 예수의 제자라 부르면서도 예수를 닮으려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신학자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그리스도인 들은 예수의 십자가를 이용만 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라며 현대 교회를 우려했고 질타했다.
[이인혁시인]
시인. 칼럼니스트
월간 한국시 詩부분 신인문학상
월간 문학세계 문학상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
한국문단문인협회 회장. 한국가곡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