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기술의 미래를 사는 법

[시론] 신기술의 미래를 사는 법

문형봉 2021-07-03 (토) 00:21 2년전  

2861e90b37584859f08b1fb7c0f19b68_1625239310_3461.jpg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 회장
 

과거에 시멘트산업은 환경 유해산업이었으나 최근에는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친환경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탈탄소운동 본격화로 내연기관차 생산이 점차 줄고 전기차·수소차로 이행하며 미래 신기술을 탑재해 모빌리티산업으로 변모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유통, 금융 영역에서는 디지털 혁신기업들이 출현해 시장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하다’의 의미인 ‘meta’와 우주(universe)의 ‘verse’를 합한 합성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각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공연도 보고 쇼핑도 하고 게임도 즐기면서 유명 스타들과 교류도 하는 등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즐겁게 해내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나 미국의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10, 20대 Z세대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다양한 정체성도 가질 수 있다. 멀티 페르소나(persona·가면)는 여러 개의 정체성을 의미하는데 현실에서의 원래 캐릭터를 ‘본캐’, 가상현실에서 자기를 대신한 정체성을 ‘부캐’(부가캐릭터)라고 부른다. 미국의 10대들이 현실에서의 교우 관계보다 로블록스 속의 교제 관계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하니 요즘 Z세대들은 정말 멀티 페르소나로 살아가나 보다.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가상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쓰이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서의 모든 거래는 ‘로벅스’라는 디지털 화폐로 이뤄지는데 2021년 1분기 결제금액만 해도 6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젬’이라는 가상화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은 게임이나 아바타를 꾸미는 옷 등이지만 2억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있어 향후 상품 개발이 진전되면 거래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과학기술이 미래 사회를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에 한반도가 상징적 사례라고 답한 적이 있다. 20세기 과학기술을 이용해 북한은 핵으로 무장한 독재국가가 됐고, 한국은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IT 강국이 됐다고 말했다. 21세기에도 인공지능, 생명공학, 메타버스 등 미래 신기술이 사회를 바꿔 나갈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는 그 나라의 정체성, 국가관, 윤리관 등의 가치가 주도하게 된다. 유튜브로 야동을 볼 수도 있고 설교를 들을 수도 있듯이 미래 신기술 그 자체가 악이나 독이 아니라 우리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살아가느냐가 훨씬 중요하게 된다.

비대면 예배, 온라인 설교, 미디어 선교의 시대가 열리고 더 나아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가 모두에게 다가와 있는 요즈음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자로서의 정체성에 맞게 미래 신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기술이 바꾸는 미래의 경쟁력은 정체성과 윤리관임을 잊지 말자.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교회를 다니고 교회 건물 안에 거하면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말씀 안에 거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기술이 주도하는 변혁의 시대에는 믿음, 소망, 사랑 등 변치 않는 것을 지키는 정체성으로 미래를 품어 불확실성과 두려움보다는 기쁨과 즐거움 넘치는 삶을 살아가자.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충만한 기쁨이 있고 주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시 16:11)

윤만호 EY한영 경영자문위원회 회장

 문형봉 기자  

[저작권자 ⓒ 헤드라인코리아저널/한국기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