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혁시인 칼럼] 과거, 현재에서 미래로

[이인혁시인 칼럼] 과거, 현재에서 미래로

이현 2021-12-27 (월) 07:15 2년전  




과거, 현재에서 미래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늘 현재, 즉 지금이다. 그러나 지금을 살아가며 뒤돌아보면 과거란 것이 쌓여있고, 앞을 바라보면 미래라고 하는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는 끊어져 있지 않고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참으로 신비한 것이므로 인간이 이해하기 힘들다. 문제는 현재를 알차게 살아가는 일이다. 지나간 시간의 실수를 통해 시행착오(試行錯誤)를 줄이고, 다가올 시간을 통해 우리의 꿈을 키워나가는 일은 의미 있는 현재를 살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참된 의미에서 현재를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시간은 강물과 같아 한 번 흘러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나서 계절이 지나면 열매가 맺히듯이 시간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실 현대의 10년이면 과거의 100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과학 문명은 발전하고 있다.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길을 걸어갈 때면 한동안 걸음을 멈추어 서서 기다린다. 속도가 빠르면 자기 영혼이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늦게 오는 영혼을 기다린다는 이유에서 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길 안내를 겸해 짐을 옮겨주는 원주민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기다려야 한다.

 

인간이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성찰의 의미가 있다.

짐승 세계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물론 짐승도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인류사회는 끊임없이 과거를 성찰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역사의식(歷史意識)이라 한다. 이는 지난날에 대해 후회하기 위함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강조했다. 옛 것을 알면서 새것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과거 역사(歷史)를 망각하는 자는 외눈박이가 되지만, 과거 역사에 집착하는 자는 두 눈을 다 잃는다.”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50년 전 에드워드 H.카 의 역사란 무엇인가?글귀이다. 이렇게 역사는 끊이지 않고 계속 물 흐르듯이 흘러야 한다. 역사는 현재 상황에서 부단히 재해석 되어야 한다. 정확한 역사해석은 새로운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를 해준다.

 

그런데 위정자들 일부 편향된 인사들은 오로지 과거에만 집착하고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다일본의 과거사 문제도 그렇다. 우리의 선배들은 왜 일본에 침탈과 그 많은 수모를 겪었을까?

참으로 중요한 질문이다. 물론 일본의 지배하에서 겪었던 수많은 애국 인사들과 위안부로 끌려가 고충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화해가 있을 수 없다. 또한 친일 인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야 했던 당시 위정자들의 잘못된 모습은 더욱 부끄럽기만 하다. 이제 우리는 과거만 들추어 자가당착(自家撞着)으로 진영논리에만 빠져 있을 수 없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과거와 현재가 다투면 미래를 잃는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미래는 외면하고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고 미래로 나가는 것을 막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암울하다.

 

몇 달 남지 않은 이번 정권은 집권 초부터 소위 적폐 청산에 과도한 힘을 써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소위 과거사 청산과 적폐 청산이 우리 미래에 무슨 도움이 될까. 제주 4·3사태,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의 상처를 다시 쑤시는 것이 진정 국민 화합을 위한 길인가. 사실 덮을 것은 덮고 잊을 것은 잊는 게 순리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2021년은 코로나-19로 우왕좌왕하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 느낌이다. 2022년에도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간다는 희망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는 2022년에는 국민이 화합하고 상대편을 포용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모아 희망을 품고 미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2022년 새 정부는 국민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는 것이 아닌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 또한 대통령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잘 판단해 국민 화합을 추구하고 미래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이인혁시인]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