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리운 봄날에는

[수필] 그리운 봄날에는

이현 2022-02-17 (목) 23:21 2년전  



[수필] 그리운 봄날에는

 

을씨년스럽던 겨울은 가고 봄을 기다리던 나뭇가지 맺힌 몽우리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며 소곤대고 아름다운 봄날에 움을 틔우고 봄 맞을 채비를 한다.

봄이 되면 세상에 진실이 보일지니 봄꽃 향기가 그리운 것은 당신과 같이 풀밭에 누워 따뜻한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바람일까 싶어서 손을 들어 쥐었더니 아직은 저 멀리 있는 듯 봄 타는 이 마음 아랑곳없다.

 

땅속에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있고, 땅 밑 여기저기서 겨우내 잠자던 이불을 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겨울이 밀려나는 느낌, 옷도 조금은 얇아졌고 얼었던 땅도 녹아서 땅을 밟을 때마다 부드러운 흙의 느낌이 좋다.

 

그리운 봄날!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고, 산자락에 따스한 봄기운이 그리움만 쌓인다. 긴 날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앉아있던 봄이여! 몽글몽글 돋아 올라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네,

 

세상은 어수선한데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고 강변의 물안개 피어오르며 너울너울 춤추고 억새 풀은 춤을 춘다. 봄소식은 가까이서 들린다. 노란 복수초가 꽃대를 세우고 뾰족뾰족 새싹이 나오고 있다. 이제 어서 겨우내 깊숙한 아랫목에 이부자리 걷어차고 일어나자.

몸을 펴고 양팔을 뻗어 봄의 푸른 하늘을 향하여 기지개를 쭉 켜보자.

대자연의 합창 소리에 우리도 조화롭게 추임새 넣으며 아지랑이 손짓 따라 길벗이 되어보자.

 

우리 모두 춘화(春花)현상 같은 인생이다.

인생의 꽃은 혹한의 추위와 시련을 거친 뒤에야 아름답게 활짝 피는 법이다.

길가의 나무는 새순을 흠뻑 머금은 망울을 살며시 내밀고 이름 모를 연둣빛 들풀들이 경쟁하듯 도로 가장자리를 점령해 나간다. 하지만 마음 한곳에 뭔가 준비되지 않는 봄을 맞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무거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어디에선가 읽어 본 한 구절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다.”

이제 첫사랑의 모습으로 봄을 만끽하자. 그동안 추운 겨울 날씨 같은 시련과 고통, 아픔과 좌절을 잘 견디었다. 그 혹독함은 내면(內面)에 숨겨진 간절한 소망은 오직 희망이라는 열망(熱望)이다. 오죽하면 봄을 영어로 스프링(spring), 튀어 오른다.”라고 했겠는가.

봄은 부활과 소생(甦生), 성장과 희망의 계절이다. 봄은 시작이다. 다시 출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들이여! 아름다운 봄꽃으로 피워 놓고 기다리고 있을까?

봄꽃이 되어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다. 꽃을 본 사람마다 가슴에 행복이 넘치는 그런 꽃이 되어야지.

조병화 시인의 나 하나 꽃이 되어라는 시()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매우 크다.

 

나 하나 꽃이 되어

 

나 하나 꽃이 되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하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고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조병화시인 1921~2003)

 

봄날에는 꽃이 피어나겠지. 꿈이 솟아오르겠지. 꽃들의 행진이 시작되고 냇가에 비치는 햇살이 내 가슴속에 스며드는 그리운 봄날에는 봄의 정령은 저 멀리 있는 듯 봄 타는 이의 마음 아는 이가 없다.


 장소연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