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칼럼] 계모 유감'...이 땅 계모들에게 전하는 위로

[생활 칼럼] 계모 유감'...이 땅 계모들에게 전하는 위로

문형봉 2023-05-12 (금) 00:42 1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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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주가는 신라 때의 가요로 목주(지금의 천안) 땅에 사는 한 효녀가 효를 다하고자 하나 계모에게 빠진 아버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한탄하여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가사는 전하지 않고 ≪고려사≫ <악지(樂志)>에 제목과 노래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목주에 사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밑에서 살았는데 학대가 너무 심해 가출했다.

 

이 불쌍한 소녀를 한 노파가 거두어 주고 노파가 죽을 때에는 많은 재산을 남겨주었다. 그 후 소녀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와 계모를 정성껏 봉양하였다. 그래도 계모의 학대가 지속되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그것이 ‘목주가’다.


우리의 문학작품에는 이처럼 계모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콩쥐와 팥쥐,장화홍련 이야기이다. 줄거리는 다르지만 계모로부터 견딜 수 없는 학대를 변함없이받는다는 점에서는 내용이 같다.

 

이런 유의 이야기는 문학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동학대를 장식하는 뉴스는 많은 경우 계모가 중심에 회자되고 있다. 친자녀에게는 어떻게든 정규교육을 마치도록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의붓자식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거나 심지어 살해까지 했다는 계모에 대한 암울한 소식이 간간 들려온다.

 

때문에 우리는 계모와 관련된 이야기를 대할 때마다 사건의 전모를 알아보려고 하기 전에 계모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대해 쉽게 분노한다. 그리고 계모들은 한숨도 사치인 듯 가슴 한켠에 고독의 옹이를 만들며 침잠해간다.

 

물론, 계모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은 때로는 어린이들에게 어머니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일깨워 주어 부모의 존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불행한 사건으로 결손가정에서 자라던 아이가 계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으면서도 계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때문에 그 사랑을 수용하지 못한 채 서로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 또한 큰 것이 사실임을 말하고 싶다.

 

어머니의 사랑을 따스한 햇살처럼 흡수하며 성장해야 할 어린이들 편에서 생각해보면 비어있는 어머니의 자리 한복판에 외롭게 서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내던지고 응석부릴 ‘엄마’를 찾아도 없고, 생일이 되어 친구들을 초청하여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줄 사람도 없다.

 

새학기가 되어 가족사항이 들통날 때나 아빠가 심신이 지쳐 술에 취해 들어올 때면 ‘엄마가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폭풍처럼 밀려든다. 이러한 때에 어머니의 빈 자리를 채워주겠다고 나타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몇 번이고 고마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이것은 내 곁에 없는 어머니에 대한 의리와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계모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에 어린이들이 계모의 돌봄 속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 경우에도 새엄마를 단지 자신이 필요해서 자기 집에 들어왔다거나 아빠를 현혹시켜 모든 것을 빼내가기 위해 친엄마 자리를 차지한 사람쯤으로 쉽게 단정해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계모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표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많은 계모들이 비록 남의 자식일망정 정말 보란 듯이 잘 키워서 떳떳하게 세상에 내놓고자 의욕을 가지고 매사에 희생하지만 전처의 자식은 오히려 계산된 일탈을 일삼는다. 이 때 관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하고 잘못된 행동을 지적이라도 하면 의붓자식은 대화를 거부하거나 대들기까지 한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노심초사하고 있으면 친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무관심하다며 마음을 닫아버린다.

 

가정의 달이다. 이 시간 남의 자식을 헌신적으로 양육하면서도 무슨 큰 죄인인 것처럼 남몰래 한숨 짓고 눈물 훔치는 이 땅의 계모 제씨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와 격려를 한 트럭 보내고 싶다. 글 : 김기준 기자